하루하루가 생존경쟁… 후회없이 일했다

건설인생 50년 이지송 LH 사장 퇴임
천막 농성장서 밤 지새우기도
한양대 석좌교수로 제2 인생


2001년 현대건설이 은행공동관리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업계는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03년 이지송(사진) 사장 취임 후 현대건설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져갔다. 3년 만인 2006년 회사는 다시 건설 종가(宗家)의 자리에 복귀했다.

2009년 업계는 일선에서 물러나 경복대 총장으로 후학을 가르치던 이 사장을 찾았다. 이번에는 100조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고 있던 통합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구원투수' 역할이었다. 그리고 14일 이 사장은 3년 8개월의 사장 임무를 마치고 퇴임식을 가졌다.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50년간 맺어온 건설인으로서 갖는 마지막 자리인 셈이다.

이 사장은 퇴임사를 통해 "매일매일이 전쟁이었고 생존과의 싸움"이었다며 그동안의 시간이 그리 녹록하지 않았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 사장은 LH 사장 취임 이후 변화와 혁신을 통해 LH의 위기상황을 극복했다. 통합 초기 LH는 부채비율이 524%에 달하고 금융부채가 해마다 20조원씩 늘어나던 부실한 '공룡기업'이었다.

취임과 함께 이 사장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사명(社名)만 빼고 다 바꾸자'는 사장의 선창 아래 LH는 눈물겨운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당연히 수많은 반발이 있었다. 사업성이 없는 택지지구를 지정 취소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목숨을 건 반대도 겪었다. 그럴 때마다 이 사장은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며 현장으로 뛰어갔다. 사업 구조조정이 결정되자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협조를 구했으며 파주운정 3지구 주민들의 겨울철 천막 농성장에서는 그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3년여가 지난 지금 LH의 부채비율은 466%까지 떨어졌고 연간 금융부채 증가 속도도 6조원으로 낮아졌다. 외부차입금도 9조원 이상 줄였고 당기순익도 1조2,000억원으로 통합 초기보다 5,000억원가량 늘었다. 이 사장을 중심으로 한 LH 전 직원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물이다.

"진정한 하나가 돼 부채감축에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퇴임식 자리에서도 이 사장은 LH를 향한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퇴임 후 이 사장은 모교인 한양대에서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건설인생 50년의 산 경험을 후학들에게 전수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정말 여한 없이 일했고 후회 없이 살았으며 함께해서 행복했다"며 "영원한 LH인으로 살아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조용히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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