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으로 피해자는 꿈이 무너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데도 학교와 상급기관이 모든 것을 덮으려고만 합니다."(학교폭력 피해 학생 학부모 A씨)
국무총리실과 교육과학기술부가 합동으로 낸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이 6일로 1주년을 맞는다.
정부는 대책 발표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하고 학교폭력이 은폐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장에서는 피해자 보호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학교 측은 학교폭력을 은폐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지난해 6월 K외고에서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학교의 한 학생은 친구에게 맞아 안와(눈을 감싸고 있는 뼈)가 부러져 얼굴에 인공뼈를 집어넣어야 하는 중상을 입었다. 몸에 입은 상처만큼이나 피해 학생과 가족을 아프게 한 것은 피해자 보호에 무관심한 학교의 태도였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나란히 앉아 공부하던 학교 독서실 자리는 사건이 일어난 지 44일이 지나서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항의한 후에야 교체됐다. 학교 측은 '(가해 학생이) 3학년이라 퇴학이나 전학은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과정에서 얼굴 치료에 들어가는 수술비를 급한 대로 학교안전공제회에서 지원받아 충당하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학교 측이 지원 신청에 필요한 가해 학생의 학부모 정보를 '개인정보 보호상 알려줄 수 없다' '소송 중에는 어차피 공제를 받을 수 없다'와 같이 근거 없는 이유를 들어 협조를 거부한 탓이다.
특히 일부 학교에서는 '가해 학생의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폭력 사실을 축소하거나 은폐하기도 한다. 고유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상담실장은 "서울의 모 중학교에서도 강제전학을 시켜야 할 정도로 큰 학교폭력 사안이었는데 학교 측이 피해자 측에 합의서를 요구하면서 '이 아이(가해 학생)는 공부를 잘해서 특목고에 진학할 텐데 이 사건으로 인생을 망치게 할 수 없다'며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도록 합의하라고 종용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고 실장은 "사안과 양상이 서로 다르지만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축소하고 무마하려는 사례가 가끔 보고된다"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폭력을 당한 것도 억울한데 학교에서 가해자를 두둔하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