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살아나는 듯하던 일본 경제에 다시 빨간 불이 켜졌다. 실업률이 치솟는 가운데 물가는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징후가 완연해지면서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집권 자민당의 무능력이 더욱 부각돼 30일 총선에서 패배할 것이 확실시된다. 28일 일본 총무성은 지난 7월 실업률이 5.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달 대비 0.3%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실업률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3년 4월 이후 최악이다. 고용시장 악화 등으로 소비자의 구매력이 약화되면서 물가 하락세 역시 깊어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2% 급락해 사상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기업들은 상품 가격을 내리고 이는 다시 기업의 실적악화로 연결돼 고용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일본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2ㆍ4분기 3.7%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5분기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인 셈이다. 고다마 유이치 메이지야스다생명 이코노미스트는 “실업률 상승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고용시장 여건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며 “일본 경제가 더블딥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공화당이 금융위기를 방관해 정권을 민주당에 넘겨줬던 것처럼 일본 총선에서도 결국 경제가 유권자의 표심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1955년 창당 이후 장기 집권해온 자민당은 경제운용 실패에 따른 결정타를 맞아 총선에서 패배할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다치 마사미치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변수”라며 “유권자들은 경기둔화에 대한 책임을 현정부에 돌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일본 민간연구소들은 올해 일본의 경제 성장률이 -2.8%(평균치)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인 -3.3%, -6.0%보다는 낙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