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 수사 지지부진 여론에 '초강수'

■ 삼성 특검, 이학수 부회장 소환조사
경영권 편법승계·비자금 조성 개입 여부등 조사
삼성 임직원들 "어떻게 결말 날지 두렵다" 당혹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14일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을 전격 소환함에 따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 측 ‘비자금 관리’의 핵심 라인이자 이건희 회장이 그룹 지배권을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넘겨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직간접으로 연관됐다는 지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특검팀도 이 부회장을 상대로 여러 의혹에 직간접으로 개입했는지 여부와 차명계좌 개설과 비자금 조성, 불법 정ㆍ관계 로비 등을 계열사에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수사 돌파구 마련=이 부회장은 그룹 내 2인자라는 상징성 때문에 특검 수사가 무르익은 시점에야 소환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이날 이 부회장을 전격 소환한 것은 삼성 본관과 계열사, 최고위급 임원들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과 차명계좌 추적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특검팀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검팀은 지난달부터 이 회장의 집무실인 한남동 승지원과 삼성 본관, 핵심 임직원 자택, 삼성증권, 삼성화재 등 다각도로 압수수색을 펼쳤음에도 만족할 만한 물증 확보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관계자들은 “삼성본관 압수수색 때에는 기대조차 안 했다”며 삼성의 완벽한 사전 대비로 허탕만 치고 있다는 자조까지 흘러나왔다. 특히 주요 참고인들이 갖은 이유로 소환에 불응하는 등 비협조로 일관하면서 특검수사가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특검팀은 이 같은 부정적 여론을 바꾸기 위해 이 부회장 소환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든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 내 핵심 조직인 전략기획실을 이끄는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있으며 ‘이학수-김인주-최광해-전용배’로 이어지는 전략기획실을 총지휘하고 있다. ◇수사 장기화 부담 해소차원=일부에서는 이 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을 실제적으로 총괄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 소환된 데 대해 특검 수사가 장기화된다는 비난을 막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 임직원들은 그룹 최고의사결정자 중의 한명인 이 부회장이 소환됨으로써 초래될 그룹 경영 차질, 대외신인도 하락 등을 우려하며 지난해 말 특검 사태 이후 계속되고 있는 경영공백의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삼성의 한 임원은 “지난해 말부터 사실상 경영 마비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특검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며 “사실로 확인되는 위법ㆍ불법 혐의에 대해 응당한 처벌을 받더라도 하루빨리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걱정했다. 이 때문에 특검팀도 60일로 허용된 특검의 1차 수사기간인 오는 3월 중순 안에 수사를 종결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검팀이 예상보다 일찍 이 부회장을 소환, 핵심 임원들의 줄소환도 예상된다. 핵심 임원들의 조사 이후에는 오너 일가 조사만 남은 만큼 이 회장과 이 전무 등에 대한 소환조사도 예상보다 앞당겨질 전망이어서 특검팀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삼성 임직원 ‘당혹’=이 부회장의 특검 참고인 소환 조사에 대해 삼성 임직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 전략기획실의 한 직원은 “이 부회장이 소환될 것이라는 예상이 여러 군데서 나왔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황당하고 당혹스럽다”며 “그룹 위기가 실감나고 특검 사태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두렵다”고 걱정했다. 이 부회장 소환조사는 특히 이날 특검이 삼성전자 수원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한데다 이 회장 일가의 과세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국세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벌인 데 뒤이은 것이어서 삼성 임직원들의 위기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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