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경제의 퀀텀점프, R&D 혁신으로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이석준 미래부 1차관


물리학 개념인 '퀀텀 점프(Quantum Jump)'는 원자에 에너지를 가하면 핵 주위를 도는 전자가 점프하면서 에너지 준위가 계단을 오르듯 불연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뜻한다. 물리학 개념이었던 퀀텀 점프가 경제 용어로 전이되면서 개인이나 기업이 기술 혁신 또는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단기간 비약적으로 변화하는 경우를 일컫는 표현으로 자주 사용된다.

창의적 기술 혁신으로 질적 성장해야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의 퀀텀 점프를 이뤄왔다.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단기간 압축 성장을 해왔다. 올해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와 인구 5,000만명을 함께 달성한 국가인 이른바 30-50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까지 30-50클럽에 가입한 국가는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일본 등 6개국으로 대한민국이 일곱 번째로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이제부터가 더 큰 도전이다. 우리가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6만달러에 달하는 선진 국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퀀텀 점프를 이뤄내야 한다.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과감한 혁신과 체질 개선 없이는 달성할 수 없는 도전으로 그야말로 철저한 전략과 치열한 담금질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퀀텀 점프가 우리 국민과 기업의 밤낮 없는 역량 투입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면 앞으로 선진국으로의 퀀텀 점프는 창의적인 과학기술 혁신에 기반을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과학기술 주도형 성장은 국가 연구개발(R&D) 혁신이 결정짓는데 우리나라의 양적 국가 R&D 수준은 이미 세계적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올 초 블룸버그통신이 발표한 혁신지수 평가에서 한국이 215개국 중 1위로 선정된 바 있다. 이 같은 양적 수준과 달리 질적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의 과학기술 논문 인용도는 세계 31위, 기술무역수지 적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다. 중소기업 R&D의 개발 성공률은 96%지만 사업화 성공률은 47%로 절반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리의 국가 R&D는 '영어 점수는 만점인데 회화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비유되기도 한다. 정부는 R&D 시스템 전반을 획기적으로 혁신해 질적 수준을 높이 끌어올리고자 한다. 과거의 양적 성장, 추격형 전략에서 질적 성장, 주도형 R&D 전략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것이다.

기업인·연구자 구분없이 매진할 때

기초 R&D 분야 지원 체계를 연구자 맞춤형으로 전환할 것이다. 자기 분야에서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우수 연구자에게는 후속 연구비를 계속 제공해 최상의 조건에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평가도 기존의 양적 기준 중심에서 질적 성과 위주로 바꾼다. 응용·개발 연구는 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개편하고 시장의 트렌드와 요구를 반영한 R&D 기획도 강화한다. 시장의 수요가 반영된 자유 공모형 과제를 대폭 늘려 기업의 참여를 활성화할 것이다. 그간 산학연 생태계가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 치우쳤다면 앞으로는 기업의 실질적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협력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우리가 가야 할 길과 방향은 명확하다. 선진 국가를 향한 R&D 혁신이다. 이제 연구자·기업인 할 것 없이 모든 연구개발 주체들이 국가 경제의 퀀텀 점프를 위해 새로운 스프링 신발을 신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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