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봄…가을 겨울'여름 실종'

방재·벌한마을 숨은 피서지…적상산 천일폭포·산정호수 비경 자랑

하늘 아래 단 하나의 폭포라는 의미의 천일폭포. 적상산 암벽 틈으로 시원하게 물을 쏟아낸다


■물·바람·산의 고장 무주
무주는 물과 바람, 산이 많은 삼다(三多)의 고장이다. 덕유산, 대덕산 등에서 발원한 일급수 물이 무주읍과 설천면을 따라 흐르고 흘러 폭포와 계곡을 이루고 금강으로 이어진다. 전체 면적의 80%이상이 산악지형에 해당하는 무주는 덕유산(1,641m), 적상산(1,034m), 민주지산(1,242m), 대덕산(1,290m)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네 곳이나 되며 해발고도가 가장 낮다는 읍내도 200m에 이른다. 산과 물이 많고 바람도 세니 피서지로 이만한 곳이 없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무주에서는 선풍기 없이 여름을 보내는 것이 당연했을 정도다. 계곡과 폭포 어디를 가나 여름에도 5분이상 발을 담그기 어려울 정도로 물이 차가워 요령 있는 피서객들은 매년 무주에서 더위를 피한다. 지난해 12월 대전-통영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울 강남에서는 차로 2시간이면 무주에 이를 수 있게 돼 올여름 에는 무주를 찾는 피서객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삼국시대에는 백제와 신라의 경계였고 오늘날엔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의 경계로 다양한 문화가 오갔던 무주는 사람들의 풍습이나 말투, 심지어 풍광까지도 여러 지방이 섞여 있는 듯하다. 험준한 산세, 맑은 날에도 산 중턱에 구름이 피어있는 모습은 강원도 같은가 하면 우직하면서도 순박한 사람들의 품성은 충청도 같다. 백제와 신라를 가르던 석모산 자락의 허리부분을 뚫어 만든 라제통문은 이제 무주군 무풍면과 설천면을 가르는데 같은 무주군이면서도 무풍면 사람들은 경상도 사투리를, 설천면 사람들은 전라도 사투리를 쓰니 외지인의 눈엔 신기하기만 하다. ◇소백산맥이 이어지는 두메산골 무주 "울고 왔다가 울고 가는 곳" 무주 사람들이 무주를 소개할 때 빠뜨리지 않는 말이다. 강진숙 무주군청 관광해설사는 "이 두메산골에서 어떻게 살까 걱정이 돼 울고 왔다가 떠날 때는 이렇게 좋은 데를 떠나서 어떻게 살까 울면서 떠난다는 뜻"이라며 "아직도 무주는 오지의 대명사지만 그만큼 청정 자연과 정겨운 시골 인심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두메산골 무주를 제대로 즐기려면 잘 알려진 관광지보다 산 속 마을을 찾아 들어가는 것이 좋다. 산마다 수풀이 우거지고 수량도 풍부해 어느 마을을 가나 깨끗한 물에 발을 담글 수 있고 그늘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다. 특히 무주리조트에서 파회를 따라 설천 방향으로 가다 보면 방재마을과 벌한마을 등이 모여있는 거칠봉 중턱에 이르게 되는데 이곳 마을 역시 아는 사람만 아는 숨은 피서지다. 몇 해 전 은퇴 후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곳 마을들이 귀농촌으로 알려지면서 단출한 별장을 짓고 텃밭을 가꾸는 외지인들이 늘었다. 3년 전 이곳으로 귀농한 신금호 씨는 "덕유산 거칠봉에서 흘러나와 마을을 따라 흐르는 방재천이 워낙 시원해 여름에는 이곳에만 머물고 있다"며 "일부 사람들이 알음알음으로 이곳을 방문해 피서를 즐기고 간다"고 귀띔했다. ◇조연이던 적상산 주연으로 1,000m 이상의 고산이 많고 산세가 험준한 것이 무주의 특징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무주에는 게으른 여행자들에게 너그러운 산이 많다. 무주를 대표하는 두 개의 산이 모두 두 발로 걷지 않아도 정상에 다다를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덕유산은 무주리조트에서 출발하는 관광 곤돌라를 타고 20분 만에 주봉인 향적봉 바로 아래 설천봉(1,520m)에 이를 수 있다. 적상산 역시 95년 양수발전소 건립으로 서창 입구에서 정상까지 도로를 내면서 20분만에 정상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정상에 오르는 것이 이처럼 쉬워지면서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무주를 대표하는 명산이었던 덕유산의 인기는 적상산으로 넘어갔다. 40인승 관광버스도 정상까지 거뜬히 오르자 단체 관광객들이 매년 가을 단풍놀이차 적상산을 찾고 한 여름에도 천일폭포의 시원한 물줄기와 정상의 산정호수 적상호를 감상하기 위한 마니아들의 발길이 이어진 덕분이다. 적상산(赤裳山)이라는 이름은 고려말 최 영 장군이 제주 정벌 후 무주를 지나가다가 붉은 빛 절벽에 유난히 붉은 단풍나무가 늘어서있는 모양을 보고 빨간 치마를 두른 것 같다고 해 붙인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최 영 장군은 당시 적상산이 군사상 천혜요새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해 적상산성(사적 146호)을 지었는데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적상산에 오르는 길에 꼭 들러야 할 곳이 두 군데 있다. 한 곳은 반딧불이 축제가 시작되는 6월13일에 맞춰 개관하는 머루와인(루시올뱅) 저장고. 적상산 정상의 상부댐 설치를 위해 뚫었던 600여m 길이의 터널 중 250m 공간이 와인 저장고로 탈바꿈했다. 50m만 걸어 들어가도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서늘하고 유럽의 유명 와이너리를 찾은 듯 운치도 있어 방문해볼만하다. 또다른 한 곳은 천길 바위틈을 뚫고 15m 길이로 쏟아져 내려오는 천일폭포다. 폭포 아래 50m 아래 돌 계단에 발이 닿는 순간부터 바닥을 내리치는 장쾌한 물 소리가 들려오는데 소리만으로도 가슴 속이 뻥 뚫린다. 자동차로 산에 오르는 게으른 여행자에게도 천혜절경이 허락되니 적상산의 너그러움에 감사할 따름이다. 양수발전소 설치를 위해 만들어진 산 정상의 산정호수 '적상호'는 360만톤의 물로 가득 차 있는데 비상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용도인 이 물조차 청정 무주답게 맑고 깨끗해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산정호수에서 도로를 따라 좀더 들어가면 수압에 따른 공기 압력을 줄이기 위해 설치한 조압수조가 있는데 이를 125m 높이의 전망대로 활용하고 있다. 무주군청 문화관광과 (063)320-2546
■제13회 무주반딧불축제

전국 유일 서식지…야간 탐사·곤충박물관 등 자녀 체험학습에 최고 무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반딧불이 서식지로 등록된 반딧불이의 고장이다. 깨끗한 물과 울창한 수풀 등 깨끗한 환경에서만 서식하는 반딧불이는 서식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며 현재 가옥리 가림, 무풍면 금평리 88올림픽숲, 설천면 수한마을 등이 반딧불이 서식지로 지정돼 있다. 국내에 서식하는 반딧불이 6종 중 애반딧불이, 늦반딧불이 등 3종이 무주에서 서식하는데 6월에는 애반딧불이가, 8월에는 늦반딧불이가 성충이 돼 매일 밤 환하게 불을 밝힌다. 매년 애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6월이면 '무주반딧불축제'가 열리며 제13회를 맞는 올해는 6월 13~21일 무주읍 한풍루와 반디랜드 등 무주군 일원에서 개최된다. 축제기간 중 매일 오후 8~10시에는 야간 탐사버스를 운행해 축제장소에서 반딧불이 서식지까지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데 캄캄한 밤에 조심스레 서식지 일대 숲속에 들어서면 전구를 켜놓은 듯 밝은 불빛이 눈앞에 펼쳐지는 황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자녀가 있다면 설천면 반디랜드의 곤충박물관(매주 월요일 휴관)도 가볼만하다. 2007년 5월 문을 연 이곳은 2,000여종, 1만3,500여마리의 희귀곤충표본과 150여종의 열대식물 등을 전시하고 있으며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을 호가하는 희귀 곤충들과 곤충 디오라마 등 이색 전시품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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