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퀴리부인' 열기 뜨겁다

"이렇게 많은 여학생들이 과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저도 무척 놀랐습니다" 와이즈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화여대 이혜숙 교수(수학과)는 학생들의 참여 열기가 무척 뜨겁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와이즈(WISEㆍWomen into Science and Engineering)는 여성과학자들이 중고등학교, 대학교 여학생들을 개별적으로 지도해 이들이 미래의 과학기술자로 커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는 제도. 과학기술부의 도움을 받아 지난달 출범한 와이즈는 200명의 과학자와 200명의 학생들을 연결시켜 내년 6월까지 시범사업에 펼친다. 이 교수는 "학생들의 신청이 폭주해 조기에 마감하기로 했다"며 "조만간 홈페이지(www.wise.or.kr)에 '1 대 1 만남의 방(멘토 룸)'을 만드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성과학계가 최근 들어 행동반경을 넓혀 나가고 있다. 와이즈 프로그램 등과 같은 과학 인력 육성 활동은 작은 시작일 뿐이다.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국내 과학 발전에 한 축을 담당할 방침이다. 정부도 각종 지원을 통해 여성과학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교수는 "처음에는 후견인 역할을 할 여성 과학자들의 참여를 이끄는 것조차 무척 어려웠으나 이제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10여명의 한국여성과학자가 참여를 약속할 만큼 참여범위가 확대됐다"고 밝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성과학자들은 과학계 중심에 서지 못하고 언저리를 맴돌아야 했다. 박사학위를 받아도 일자리를 얻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와 다름없는 데다 다행이 취직했더라도 잡일을 도맡아 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올들어 과학기술부가 여성 과학자 의무채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채용목표제'를 도입한 데 이어 여성과학자상을 신설 하는 등 제도적인 뒷받침을 마련하자 분위기가 크게 개선됐다. 가장 큰 변화는 '여성과학인력 채용목표제'.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국공립 연구기관ㆍ대학교ㆍ정부출연구소를 중심으로 여성인력을 2003년까지는 10%, 2010년까지는 20%까지 끌어올리는 게 이 제도의 핵심이다. 현재 정부 출연 연구소 인력 중 여성의 비율은 6.9%수준. 국ㆍ공립대의 경우 여 교수의 비율은 이학계열이 6.2%, 공학계열은 0.7%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과기부는 정부의 과학기술분야 각종 심의위원회에 참여하는 여성위원의 비율을 내년 말까지 30%로 확대할 계획이다. 채용목표제 도입으로 상당수의 여성과학인력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우리 사회에서 과학연구인력의 확대를 의미할 뿐 아니라 나아가 과학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대전 지역 소재 정부출연연구소와 벤처기업은 여성 인력을 대상으로 합동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11개 출연연구소와 퓨어테크 등 5개의 벤처기업이 참가한 설명회에는 전국 이공계 여대생과 석ㆍ박사과정 여학생, 석ㆍ박사학위를 취득하고도 취업 기회가 없었던 여성과학자 들이 대거 참가했다. 여성 과학자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여성과학기술자상'도 신설됐다. 올해 처음 제정된 여성과학자상은 이학상ㆍ공학상ㆍ진흥상 등 3개 분야로 나눠 각각 1,000만원의 상금까지 주어진다. 과기부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이달 17일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걸출한 한 명의 스타가 분위기를 일시에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 과학계는 여성과학자상 신설을 환영하고 있다. 여성과학자들은 분위기가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수한 과학기술자가 단기간 안에 나올 수 없는 것처럼 여성과학자 육성 정책도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마스터플랜에 따라 추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공대교수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고 있지만 이를 더욱 높이기 위해 여성 공대 유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병도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