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에 참가한 한국인 젊은이들이 잇따라 살해되면서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워킹 홀리데이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과 주요국간 협정에 의해 도입한 워홀 제도는 청년실업률 완화 및 해외취업 장려 등의 목적이 있는 정부와 민간 부문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애초 취지와 달리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보완책 마련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실정이다.
20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은 1995년 호주를 시작으로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홍콩, 영국 등 17개국과 워홀 협정을 체결했다. 워홀은 만 18∼30세 한국 젊은이들이 최장 1년간 외국에서 일하면서 여행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일종의 관광취업비자 제도다. 지난해에만 약 4만8,500명이 워홀 비자를 이용해 외국으로 나갔는데, 이중 70% 정도가 인원수 제한이 없고 영어권인 호주로 갔다.
독일과 덴마크도 호주와 더불어 인원수 제한이 없지만 영어권이 아니어서 워홀 희망자에게 인기가 낮고 다른 영어권인 캐나다·뉴질랜드·아일랜드 등은 인원수를 연간 400∼4,000명으로 제한하고 있어 비자 받기가 쉽지 않다.
반면 호주는 영어권 국가 중 인원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는 유일한 국가여서 매년 3만명이 넘는 한국 젊은이들이 여행과 다양한 체험, 영어 연수 등의 목적으로 호주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호주를 찾는 한국 워킹홀리데이 참가자(이하 워홀러) 수는 2008년 3만2,635명으로 처음 3만명을 넘어선 이래 2009년 3만9,505명, 2010년 3만4,870명, 2011년 3만527명, 2012년 3만4,234명 등으로 꾸준히 3만명을 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문화체험도 하면서 돈도 벌고 영어도 배운다’는 애초 취지와는 달리 각종 범죄 위험에 노출되거나 임금 착취에 시달리는 등 역기능이 적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호주 워홀러인 안병훈(27·가명) 씨는 “처음엔 막연히 호주가 선진국이란 말만 듣고 한국처럼 치안이 좋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정작 실상은 많이 다른 것 같다”며 “특히 어두워지면 많이 위험하고 인종차별 정서도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쓸만한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새벽 청소일과 같은 위험하고 힘든 3D 업종의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호주도 워홀 협정 체결국을 점점 늘려가다 보니 경기침체로 자국에서 일자리 찾기가 어려운 유럽 등지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호주로 몰려오면서 워홀러들간의 구직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추세다.
게다가 많은 워홀러들이 주로 한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카페 혹은 영어가 필요없는 단순 노무직에서 일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보니 영어를 쓰거나 접할 기회는 거의 없는 편이다. 업종 특성상 주로 업무시간이 끝난 뒤인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에 일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항상 범죄 피해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 워홀러들의 약점을 잘 아는 악덕 교민업주나 한국인 브로커에게 걸려 사기나 임금착취를 당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청년실업률 완화 등의 목적으로 워홀을 적극 권장하고 있을 뿐 워홀 참가자들의 정확한 실태 파악이나 제도 시행에 따른 구체적 성과 평가 등에는 소홀한 편이어서 부작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