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위상이 흔들거리는 상황에서도 OPEC 회원 및 비회원국간 정책 공조가 진행되고 있다. 노르웨이가 수 년 전부터 OPEC과의 공조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가운데 비회원국 중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가 최근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 달 중순 유가 안정을 위해 OPEC이 산유량을 대폭 증가키로 결정한 후 멕시코도 산유량 증가 정책에 동참을 선언했다.
이 같은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 간의 공조 기류 확산 움직임은 무엇보다 각 국의 현실적 필요가 그 이유. OPEC 회원국과 마찬가지로 비회원국도 석유수출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 석유가격 안정을 통한 장기적 석유수요의 확대가 자국의 이익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비회원국의 OPEC 정책 지지에는 정치적 고려가 바탕에 깔려 있다. 유가 안정에 대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석유수입국으로부터의 비난을 피해 가고자 하는 거다. 특히 러시아는 이번 기회를 통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이루고자 하는 속셈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제석유시장의 불안감이 높아 가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석유사업합작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 또 베네수엘라 파업으로 인한 미 석유 수입의 부족분은 러시아가 상당 부분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비회원국의 증산정책은 포스트 후세인 시대에 전개될 국제 석유시장 재편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의 성격도 있다. 증산을 통해 석유시장에서의 지분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산유국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냄으로써 향후 석유 시장 재편에 대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대한(경제학박사) d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