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분기 '깜짝실적'] '실적 잠정치 공시' 관행 뿌리 내리나

시장혼란 없애는데 도움
다른 기업도 뒤따를 가능성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실적을 발표하기 앞서 추정치를 공개하자 이처럼 실적을 미리 발표하는 사례가 국내 상장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기업들의 경우 이미 실적을 중간에 발표하는 경우가 일반화돼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런 실적 공시 관행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6일 2ㆍ4분기 실적 잠정치를 ‘깜짝 공시’하자 증권업계는 “시장 참여자들이 중요한 정보를 보다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다”며 일제히 환영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간판 타자로 분기 실적은 늘 증권가의 ‘뜨거운 감자’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삼성전자가 공개하는 확정치에 얼마나 가까운 추정치를 내놓느냐에 따라 ‘실력’을 평가받는다. 더욱이 증권업계의 추정치는 실제 실적과 상당한 오차를 보일 수 밖에 없어 시장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을 미리 ‘음성적’으로 입수한 일부 기관이나 애널리스트에 대해 곱지 않는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증권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추정 실적이 기관 등 일부 관계자에게만 우선적으로 노출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투자주체들이 같은 시점에서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분기 중간에 실적 추정치를 공시하는 문화를 정착시킬 예정이다. 이에 따라 다른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22일에 실적을 발표할 LG전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LG전자의 IR 관계자는 “아직 실적 발표일 전에 추정치를 내놓을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 회사의 입장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표시했다. 이가근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새로운 실적 공시 사례를 선보인 이상 다른 기업들도 이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 기업들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장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실적 시즌 중간에 다양한 방법을 통해 추정치를 공개한다. 인텔이나 노키아 등은 분기 중에라도 실적과 관련해 시장에 혼란을 줄 우려가 있을 때는 매출이나 영업익을 포함해 주당순이익(EPS) 등 상황에 맞는 범위 내에서 실적 정보를 발표한다. 윤석 크레딧스위스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에서는 실적과 관련해 시장의 오해가 있거나 추정치의 차이가 클 때는 분기중에라도 기업이 직접 관련 정보를 발표한다”며 “국내 기업들도 이런 관행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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