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여파로 대부분의 국내 벤처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휴대폰 단말기를 만드는 우량 벤처기업인 '어필텔레콤'(사장 李佳炯)이 美 모토롤러社와의 전략적 제휴에 성공, 돈방석에 올라앉게 돼 통신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지난 94년8월 자본금 2억원을 들여 '엠.아이.텔' 이라는 상호로 출범한 어필텔레콤은 현재 자본금이 60억원이며 이번에 51%의 지분을 4천5백만달러(한화 6백억원가량)에 모토롤러측에 넘겼다.
창업한지 4년만에 액면가를 기준으로 30억6천만원어치 지분(51%)을 약 20배에 달하는 높은 가격으로 매각한 셈이다.
지난해 12월 코스닥(장외주식시장)에 상장된 어필텔레콤의 주가(액면가격 5백원)는 액면가보다 16배가 높은 8천원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나 그나마 기존 주주들이 내놓지 않고 있어 사실상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전략제휴로 李 사장 개인지분은 60%선에서 35%선으로 낮아지게 됐으나 25%의 지분(액면가 기준 15억원)을 모토롤러에 3백억원가량에 넘김으로써 투자원금을 빼면 무려 275억원 가량을 단숨에 챙겼다.
IMF 이후 국내 증시폭락으로 대기업을 포함한 상당수 상장회사의 주가가 액면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흔한 상황과 비교할 때 설립한지 4년 밖에 안된 어필텔레콤의 주식이 액면가보다 20배 가량 높게 팔린 것은 벤처기업의 매력을 실감케 해주는 사례다.
한때 삼성전자 기술개발팀에서 일하다가 벤처업체에 투신한 李 사장은 이번 전략제휴 성공으로 한꺼번에 3백억원을 거머쥔데다 경영권을 갖기로 했고 모토롤러에OEM (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단말기를 대량 수출할 수 있는 기반도 확보하게돼 벤처사업가로서의 꿈을 활짝 펴게 됐다.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는 어필텔레콤이, 지난번 팬택에이어 외국의 유수 기업에게 지분을 넘겨준데 대해 허탈감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어필텔레콤의 李사장은 "휴대폰 단말기 시장이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중소업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멀리 보고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면서 "그렇더라도 경영진을 한명도 보내지 않기로 하는 등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