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이렇게 풀어라] 대학 구조조정 시급 전문대이상 진학률 무려 84%'고학력 실업자' 양성소 전락 이종배 기자 ljb@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지방 국립대 교수로 재직 중인 K교수. 그는 최근 기자에게 쓴웃음을 머금은 채 ‘부끄러운’ 속내를 꺼냈다. 국내 대학의 실정을 얘기하던 그는 “‘지방 명문대’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직업 전문학교로 간판을 바꿔 다는 등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오랜 기간 교수로 몸담아오면서 대학을 발전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더이상 해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제 지방 명문대는 사라졌다. 말이 4년제 대학일 뿐”이라며 “이 상태로 가면 우리뿐 아니라 상당수 대학들이 놀고 먹는 대졸자만 배출하게 될 것”이라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학력 인플레이션에 따른 일자리 미스매칭은 어제오늘만의 현상은 아니다. 문제는 개선되기는커녕 더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력 인플레이션은 자원의 비효율성을 불러오면서 급기야 한국경제의 앞날을 막는 장애요인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사실 한국은 ‘대학의 덫’에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졸자는 넘쳐나는데 이를 받아줄 기업은 없고 오히려 눈높이만 높아져 인적자원의 분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력 인플레이션은 중소기업 모집 현장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전문계 고교를 졸업한 기능인력에 적합한 단순 회계업무나 기능직에 석ㆍ박사가 몰린다. 외국 유학파들이 가세한 건 오래된 일이다. 중소기업들로서는 딜레마다. “욕심이 나긴 하지만 석ㆍ박사를 뽑으면 십중팔구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고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하소연한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이 맹목적이라는 사실은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4년제 대학진학률은 59%로 독일(35%)이나 일본(45%)처럼 직업교육이 잘돼 있는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초대졸(전문대)까지 포함하면 지난 2008년 기준으로 83.8%에 이른다. 전문대ㆍ산업대ㆍ교육대 등 학문보다는 실용적인 지식을 배우는 전문대학 진학률은 50%로 독일(13%)의 4배에 이른다. 전문고교가 제 기능을 못하고 전문고교를 졸업해도 굳이 전문대학을 가야 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대졸자와 고졸자,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는 학력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다. 1,000명 이상 대기업의 신입사원 첫해 평균연봉은 지난해 2,800만원을 넘었고 은행들은 무려 4,000만~5,000만원씩 퍼주며 고임금을 선도했다. 국가경제력이 4배, 1인당 국민소득이 2배를 넘는 일본보다도 10% 이상 높은 게 작금의 현실이다. 학력 인플레이션은 한쪽에서는 구직난, 다른 한편에서는 구인난을 더 심화하고 있다. 이 같은 일자리 미스매칭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요구된다. 대학의 수가 줄게 되면 자연스레 학력 인플레이션도 수그러들게 된다. 현재 전국의 4년제 대학만도 250곳가량으로 전문대까지 포함하면 400개가 넘는다. 대학 구조조정과 더불어 사회적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어릴 때부터 적성을 찾아주지 못하고 전문학교 졸업 후 곧장 기업현장에 나가는 시스템 부재, 그리고 대학 진학을 마치 의무교육처럼 여기는 사회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종효 한국교육개발원(KEDI) 연구위원은 “대학진학률을 분석해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전문대학 진학 비중이 월등히 높다”며 “고교 졸업 후 대학이 아니라 직업 현장에 나가도록 다양한 학제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 [일자리 이렇게 풀어라] (4) 재교육, 두 토끼 잡을 카드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