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어 장거리 대잠어뢰, 뇌진탕에서 깨어나나

[권홍우 기자의 밀리터리 레터]

홍상어의 구조. 앞의 빨간 부분이 청상어 경어뢰, 후반부가 로켓이다. 그림=위키피디아

홍상어 장거리 대잠 어뢰의 작전 개념도. 로켓의 추진력으로 목표상공에 도달한 후 어뢰만 분리돼 낙하산을 타고 수중에 입수한 뒤 자체 탐색으로 적 잠수함으로 쇄도한다. 그림=국방과학연구소

해군의 불만으로 생산과 실전배치가 중단됐던 홍상어 장거리 대잠어뢰가 다음 달부터 재배치됩니다. 홍상어는 멀리 떨어진 적 잠수함을 잡는 무기인데요. 두 가지 무기체계가 결합한 것입니다. 청상어 경어뢰에 로켓을 부착한 게 홍상어입니다.

청상어 경어뢰는 작전반경(최대사거리)이 19㎞에 이릅니다. 그러나 청상어로 멀리 떨어져 있는 적 함정이나 특히 잠수함을 맞추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탐지도 어렵거니와 아군의 소나로 자신이 발각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적 잠수함이 도주할 가능성이 큽니다. 바로 이런 경우에 홍상어가 필요합니다. 보자마자 회피할 시간을 주지 않고 쏘아서 맞추는 것입니다.

적 잠수함의 징후가 발견되면 우선 대잠헬기를 띄웁니다. 징후가 정보로 굳어지면 대잠헬기가 청상어 어뢰로 직접 적 잠수함을 공격하거나(이게 가장 바람직합니다만 한국 해군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적함의 위치 정보를 모함에 전송합니다. 적함이 30㎞ 정도에 있다면 홍상어를 쏘기 안성맞춤입니다. 먼저 홍상어에 적의 위치 정보를 입력합니다. 다음에 수직 발사관을 개방하고 홍상어가 질소에 둘러싸인 상태로 보관된 캐스니터까지 열면 발사준비 끝입니다. 여기서 단추만 누르면 홍상어가 하늘로 솟구칩니다. 적을 향해 함정의 방향을 돌릴 필요도 없습니다. 수직발사기의 장점이죠.

일단 수직 발사된 홍상어는 로켓에 달린 작은 보조날개로 방향을 조종해 적 잠수함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기 시작합니다. 홍상어가 최대고도에 달하면 로켓부스터가 떨어져 나갑니다. 다음부터는 관성으로 비행하죠. 적함이 있는 목표 상공에서는 또 다시 기체 후부가 떨어져 나갑니다. 이젠 청상어만 남은 거죠. 여기까지 속도가 거의 음속입니다. 속도를 줄이고 보다 안정적인 착수를 위해 낙하산을 이용합니다. 청상어가 바다에 닿으면 낙하산이 분리되고 청상어 경어뢰 자체의 시커가 작동하며 적함을 수색하고 추적합니다.

말은 쉽지만 이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라고 합니다. 발사에서 방향 및 속도 조절, 입수 각도, 경어뢰 자체의 신뢰성 등이 모든 과정이 결합한 무기체계가 바로 홍상어 시스템입니다. 개발국가가 많지 않은 이유도 고도의 기술과 수학적 계산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홍상어를 탑재·운용할 수 있는 함정이 문무대왕급(KD-2)과 이지스함인 세종대왕급(KD-3)인 이유도 비슷합니다. 수직발사관과 대잠헬기를 수용하려면 대형이어야 하기 때문이죠.

홍상어는 복잡한 만큼 적에게 치명적인 무기입니다. 그런데 왜 말썽이 됐는가. 수차례 시험사격, 특히 실탄 사격에서 명중하지 못하거나 아예 어뢰가 유실되는 사고가 일어난 탓입니다. 군과 방사청, 국방과학연구소, 생산업체가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밝혀낸 원인은 ‘뇌진탕’입니다. 홍상어가 청상어로 바뀌는 순간, 즉 바다에 입수하는 순간의 충격으로 인해 탐색 추적 시커와 청상어 후부의 구동부분의 전원 공급 커넥터가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입수할 때 청상어에 가해지는 충격은 매우 큽니다. 보안상 구체적 수치를 밝히기 어려우나 트럭 몇 대와 정면출동하는 정도의 충격입니다. 국내 기술진은 이 문제를 충격에 강한 부품으로의 교환과 실리콘 주입, 커넥터로 연결하는 전원 공급 장치 공고화로 풀었답니다. 내충격성을 강화한 것이죠. 방사청의 말을 빌리면 최종 시험 발사에서 연속 3번 명중했다면 자체가 굉장한 기록이라고 합니다. 굳이 방사청 관계자의 설명이 아니라도 홍상어는 상대적으로 철저한 신뢰성을 요구받은 게 사실입니다. 미국의 경우 비슷한 무기체계인 아스록에 요구하는 명중률이 60%라고 합니다. 우리의 75%보다 낮죠. 이유가 있습니다. 미 해군의 아스록은 홍상어의 원형입니다. 홍상어는 아스록을 보고 만든 것입니다. 홍상어를 ‘K-ASROC’라고 표기하는 외국잡지도 있습니다.

아스록의 운용 경험이 풍부한 미 해군이 명중률을 낮춰 잡은 이유는 성능이 떨어져서가 아닙니다. 아스록 말고도 적 잠수함을 잡을 수 있는 다양한 무기 체계가 있기에 그렇습니다. 대잠헬기도 우리는 항속거리와 무장탑재 능력이 떨어지는 영국제 링스를 쓰는 반면 시 호크를 사용하는 미 해군은 멀리 많이 싣고 날아가 작전할 수 있습니다. 적 잠수함 주변에 아군 잠수함이 존재할 가능성도 우리보다 큽니다. 반면 우리는 믿을 수 있는 무기체계는 홍상어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니 홍상어의 명중률과 신뢰도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다행히 문제점을 보완한 홍상어는 다시금 2차 양산에 들어갑니다. 영문판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차 양산분이 60~70기인데요. 전량 수거해 개량을 거친다고 합니다. 비록 혼란을 겪었지만 저는 우리 군이 값진 경험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있는 무기체계를 덮고 지나가는 것보다 다소 시끄러워도 - 이게 단순한 ‘다소’에 그치는 게 아닙니다. 책임 소재가 따르기 때문이죠 -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만큼은 높게 평가받아 마땅합니다. 누구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문제점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개선을 주장한 부서나 개인에 대해서는 군 무기체계의 신뢰도를 향상시킨 공로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 군이 대잠 장거리 무기를 실질적으로 갖추게 된 것은 홍상어가 처음입니다. ‘실질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해군이 지난 80, 90년대에 도입한 미국의 구형 잉여 구축함인 7척의 기어링급 일부 함정에도 아스록이 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 해군이 2차대전에 건조해 개량을 거친 기어링급에는 아스록 체계 껍데기만 달렸을 뿐 실제 어뢰는 없었습니다. 유사시 미군에게서 공급받는 시스템 아래에서 우리 해군이 장거리 대잠 로켓에 대한 운용 경험을 축적하기는 불가능했습니다. 비록 핵심부품은 외국산이 들어갔지만 장거리 대잠 어뢰를 확보한 만큼 완벽한 운용 교리를 쌓아가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단순히 납품만 하고 돈을 받아가던 풍토가 있었다면 이번 홍상어 성능 보완을 계기로 고쳐지기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고칠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홍상어 체계가 결코 쉽지 않는 무기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국산 어뢰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도 적거니와 복잡한 유·무선 탐색과 추적장치를 결합해 자체 제작한 수직발사기에 배치하라는 국가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과장은 아니 하는 만 못합니다. 홍상어는 명품인지는 몰라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무기는 아닙니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ㆍ러시아(구소련)ㆍ프랑스ㆍ이탈리아가 1960년대부터 구식이지만 유사 무기를 개발ㆍ배치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위치의 적 잠수함에도 360도 전방위 대응이 가능한 최신형 수직발사기를 기준으로 삼아도 결과는 비슷합니다.

중국과 일본은 이미 독자 기술로 개발과 실전 배치를 마쳤습니다. 중국제 장거리 대잠 로켓은 작전범위가 50㎞에 이르는 것(CY-2: 다만 사거리가 길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F-35 라이트닝Ⅱ를 탐지·추적했다는 중국판 이지스함 052D급 구축함에 탑재된 최신형 대잠로켓 CY-5의 사거리는 CY-2보다 훨씬 짧은 30㎞입니다)도 있습니다. 사실과 괴리된 ‘세계 몇 번째’라는 과대포장은 국민을 일시적으로 우쭐하게 만드는 자기환각제일 뿐입니다. 중국과 일본은 이웃입니다. 이웃에게 비웃음 사기보다 실력을 배양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홍상어 뿐 아니라 중어뢰인 백상어와 차기 중어뢰 흑상어의 성능 향상과 다양한 운용 교리 연마가 요구되고 있습니다./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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