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동, 같은 층, 같은 평형 아파트의 매매가격만 인정됩니다.”
가족ㆍ친지에게 아파트를 넘길 때 내는 상속ㆍ증여세 부과기준을 놓고 또 한번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내년 1가구2주택 보유자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주택을 미리 증여하고 세금을 내려는 사람이 늘었지만 국세청이 웬만해서는 납세자 신고세액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국세심판원 등에 따르면 최근 심판원에는 아파트 상속ㆍ증여세를 신고한 세금이 적다는 이유로 국세청이 세액을 더 부과하자 납세자들이 이에 반발, 분쟁조정을 청구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유사매매사례 시가의제’ 조항. 현행법상 상속ㆍ증여세는 시세를 기준으로 매겨지지만 이를 모르면 기준시가(공시가격)를 이용할 수 있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시세보다 30% 이상 낮은 기준시가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 2003년 말 법을 개정, “유사한 다른 재산의 매매가를 시세로 볼 수 있다”는 조항을 마련했다. 이 ‘유사재산’이 무엇이냐에 따라 세액이 수천만~수억원까지 차이가 나게 돼 납세자와 과세당국간 신경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관련 법령에는 유사매매가격이 확인된다면 기준시가보다 이를 우선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기준시가는 과세 기준에서 제외되는 추세다. 이웃 아파트의 가격은 동ㆍ층ㆍ평형에 따라 과세기준이 되기도 하고 제외되기도 한다. 심판원은 최근 국세청이 1층에 위치한 아파트에 7층 아파트 매매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 데 대해 ‘취소’ 처분을 내렸다. 7층이 로열층으로 가격이 더 높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단지 내 3건의 아파트 매매가를 평균 낸 금액도 인정 받지 못했다. “가장 가까운 시기에 체결된 매매사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근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단지 내 같은 동, 같은 평형, 같은 층의 아파트 매매사례는 부과기준으로 인정됐다.
문제는 이처럼 납세자나 과세당국이 모두 수긍할 만한 유사재산 매매가격을 항상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한상국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속ㆍ증여세는 양도세와 같이 완전한 신고주의가 도입되지 않다 보니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며 “납세자가 수긍할 세부적인 제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