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기 위해 필요한 재원대책을 둘러싸고 정부와 야권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현행 9%인 국민연금 총 보험료율을 1%포인트 정도만 올리면 된다고 주장하고 정부는 16.69~18.85%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분석을 내놓는 것은 국민연금 고갈 문제를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야당 측 공무원연금개혁 실무기구 위원인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4일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면 보험료율이 두 배로 뛴다는 정부의 계산은 2100년 이후에도 기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한 재정추계에 따른 것"이라며 "현행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토대로 정부가 예상하는 기금 고갈 시점(2060년)을 그대로 두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늘리는 데 필요한 보험료율은 10.01%"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 식구가 쌀 한 가마니면 먹고사는데 60~70년 뒤에 쌀 열 가마니를 쌓기 위해 지금 힘겹게 살자는 게 정부의 계산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현세대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 지급하는 연금액에 대해 '용돈연금'이라는 비판을 받아가면서까지 지나치게 묶어놓으면서 과도하게 축적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금 고갈 시점을 오는 2060년으로 잡았을 때 인상해야 할 보험료율이 1.01%라는 데 대해서는 정부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하지만 2060년 기금이 소진되게끔 놓아둔 채로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자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2060년 기금 소진을 전제로 국민연금 재정계획을 짜는 것은 옳지 않다"며 "소득대체율을 50%로 하고 2083년에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이 16.69~18.85%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무기구 여당 추천 위원인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도 "소득대체율을 50%로 맞추려면 보험료율이 20%는 돼야 한다"며 "합당한 보험료율 인상 없이 소득대체율을 높이자는 얘기는 우리 세대만 잘 살고 짐은 미래세대에 떠넘기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언급했다.
인상폭에 이견이 있지만 정부와 야권 모두 소득대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하는 것은 결국 재정 건전성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에 대해서도 뚜렷한 시각차가 존재한다. 김연명 교수는 "우리나라 연기금의 재정 건전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세계적으로 이런 나라가 없다"며 "너무 많이 쌓아놓고 살아서 국가가 이걸 믿고 채권을 남발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공적연금 역사가 100년 가까이 된 선진국들과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을 직접 비교해서는 안 된다"며 "독일·영국·일본 등이 우리나라에 비해 연기금의 적립배율이 낮고 재정 건전성이 좋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미 공적연금 제도가 성숙돼 돈을 내는 가입자보다 연금을 받는 수급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제도를 도입한 지 16년밖에 안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는 가입자 수가 수급자 수에 비해 훨씬 많아 재정 건전성이 실제보다 더 좋게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입자 수보다 수급자 수가 급속히 늘어나는 만큼 재정 건전성 확보에 더욱 역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세종=임지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