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이병철 '모범생형'…정주영은 '지도자형'…

■ 기업가의 탄생 (김태형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폐허로 시작된 한국경제 초창기부터 활약하며 양 그룹을 한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회사로 키워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1970년대 혜성처럼 등장해 한때 그룹을 국내 3대 그룹의 반열까지 올려놨던 주인공이다. 저자는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재벌 총수 3명의 성격과 심리, 행동 특성을 분석해 그들이 무엇을 꿈꿨고 어떻게 기업을 이뤘는지 다룬다. 각 인물의 성장환경과 가족관계, 심리적 특징을 살펴보고 각각의 기업가 정신을 삼성 이회장은 '모범생형', 현대 정회장은 '지도자형', 대우 김회장은 '장군형' 등으로 각각 정리한다. 삼성 이 회장은 신중하고 사색적인 내향형으로 사업을 추진할 때 세세한 부분까지 빈틈없이 챙기는 감각형이며 감정보다는 이성을 중시하는 사고형이자 계획성과 준비성이 뛰어난 실천형이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반면 현대 정회장은 감정 표현이 풍부하고 거침없는 외향형이며 통찰력과 창의성이 뛰어난 직관형 인물, 사람과 감정을 우선시하는 감정형으로 분류했다. 대우 김회장은 외향형이자 직관형이라는 점에서는 정 회장과 닮았고 공정성, 합리성을 중시하는 점에서는 이 회장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세 사람은 그룹을 키우는 과정에서 특정 사업을 놓고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돈을 삶의 목적으로 삼지 않은 것, 이윤 추구에서 나름대로 정도를 걸으려 한 것, 사대주의를 반대하고 민족을 신뢰한 것 등은 그들의 공통점이라고 저자는 소개하고 있다.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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