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이어 내년에 선보일 스마트TV '아이TV(iTV)'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일본 샤프로 변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애플이 삼성과의 경쟁관계를 의식해 공급선을 서둘러 다변화하면서 양측의 결별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앤코는 23일(현지시각) 애플이 최근 일본 샤프와 대규모의 디스플레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제프리스앤코의 피터 미세크 연구원은 최근 일본 샤프 본사를 방문한 뒤 작성한 보고서에서 "애플이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한 삼성전자와의 관계에 부담을 느껴 주요 디스플레이 생산시설을 샤프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샤프의 가메야마 공장의 디스플레이 생산설비에 최대 10억달러를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애플의 내년 설비투자 예산인 80억달러에서 집행됐다. 애플은 2011년 회계연도에 46억달러의 설비투자를 단행했지만 2012년에는 아이TV 생산을 위해 이보다 73% 늘어난 80억달러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샤프의 생산공장을 통해 '산화물 반도체(IGZO) 액정 패널'로 불리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공급받을 계획이다. 산화물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기존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 대신 인듐과 갈륨, 아연, 산소 등을 이용한다. HD급 해상도를 지원하면서도 제품 두께와 전력소모율을 줄일 수 있어 주요 업체들이 앞다퉈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이 같은 움직임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년 초 선보일 '구글TV'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내업체의 부품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공급업체를 변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은 그간 삼성전자와 LG전자, 하이닉스 등 한국업체에 대한 부품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샤프를 비롯한 대만 TSMC, 일본 엘피다 등과 꾸준히 접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