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청빈의 성자 대천덕 신부(미국명 루벤 아처토리 3세)의 생전 삶은 수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시름에 잠기고 부패와 폭로로 얼룩진 현 정국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한줄기 신선한 바람으로 다가온다. 평생 청빈과 나눔의 삶을 실천해온 '푸른 눈의 신부'를 보며 신부이기 이전, 한 인간으로서의 그를 바라보며 '진정한 삶은 무엇인가'를 돌아보고 싶다. 난무하는 부패와 폭로가 정국을 어지럽게 하는 이때 진정 진실과 섬김, 나눔의 삶을 실천한 노신부의 평온한 생애를 바라보며 비록 외국인이기는 하지만 힘든 시절을 함께 살아왔다는 일체감에 고마움과 아쉬움을 함께 표하고 싶다.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청사진을 제시하며 위풍당당하게 출범했던 새 정부들이 아쉬움과 함께 여운을 남기며 '국민들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것은 정권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발전된 국가의 모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생을 평가할 때 말년의 삶이 어떠했는가를 중요하게 본다. 젊은 시절 커다란 업적을 이뤘다 하더라도 마지막 삶이 초라할 때 세상 사람들은 이를 더욱 안타깝게 여긴다. 지금 정국을 보면 정권의 마지막에 와서 그간 억지로 가리려고 했던 많은 부정적인 일들이 한꺼번에 터져 '무슨 게이트'니 하며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마치 어둑어둑해져 시장이 파할 때쯤의 어수선하고 불안한 모습이다. 한 사람의 생애나 정권 모두 같은 이치인 것 같다.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고 사리사욕이 앞설 때 처음에는 가려질 수 있지만 결국은 다 드러나게 마련이다. 대신 보이지 않는 작은 선이라 할지라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행해지면 많은 사람들에게 향기가 돼 마음을 적시고 사회를 정화할 수 있는 귀한 힘이 된다. 이제 우리의 삶과 국가 모두가 보다 성숙된 모습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이나 정권을 마무리하는 시점 모두에서 아쉬움을 남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창달<국회의원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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