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정이 우승을 차지한 임성아에게 콜라를 쏟아 부으며 축하해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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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걸어가면서 숨쉬기도 어려웠어요.”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을 넘어 프로 데뷔 후 첫 승을 거둔 임성아(22ㆍ농협한삼인)는 우승소감을 묻자 “아직 잘 모르겠다”며 경기 당시 긴장했던 마음을 털어놓는 것으로 대신했다. 워낙 거물급 선수를 상대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서 주변에서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그저 떨릴 뿐 우승 기대를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임성아는 “첫 홀에서 소렌스탐이 보기를 해 조금 우쭐했더니 내가 2, 3번홀에서 내리 보기를 하게 돼 더 바짝 긴장했다”며 “골프는 장갑 벗을 때까지 모른다는 것을 새삼 절감했다”고 했다. 경기 초반의 이 경험은 결국 임성아에게 약이 됐다. 17번홀에서 소렌스탐이 OB를 냈을 때도 “그녀는 마지막 홀에서 충분히 이글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내 샷에 더 집중”해 18번홀 버디를 뽑아냈기 때문이다.
임성아는 “경기가 중간에 지연된 것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특히 2, 3번홀 연속 보기 후 4번홀 티 샷을 기다리면서 캐디와 이야기하고 물도 마시면서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렸던 것이 “나쁜 흐름을 끊어냈다”는 것이 임성아의 분석. 지난 1월부터 부치 하먼의 동생인 빌 하먼에게 레슨을 받았던 것도 우승 요인으로 꼽았다. “높이 띄워 칠수록 핀에 가깝게 볼을 붙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경기 직후 급하게 다음 대회장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느라 이날 한국에서 관절염 수술을 위해 입원한 아버지 임용원씨와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는 임성아는 “앞으로 3주 연속 더 대회에 나갈 것”이라며 “우승하기 전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임성아는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취미로 골프에 입문했으며 99년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2001년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 이어 프로대회인 타이거풀스토토오픈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토토오픈 당시 첫날부터 최종 일까지 내내 선두를 달려 골프 계를 놀라게 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단체 금메달을 따내 이듬해 프로가 됐으나 이후 XCANVAS 공동 5위가 최고 성적일 뿐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4년 LPGA2부 투어로 건너갔고 그 해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2005년 정규 투어 멤버가 됐으며 상금랭킹 4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제이미파오웬스 코닝 클래식 공동 3위가 그 동안의 최고 성적이었다. 240야드의 드라이버 샷도 좋지만 감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과묵하고 침착한 성격이 가장 큰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