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추진중인 게놈사업의 대상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물로 그 범위가 넓었다. 여기서 인간의 경우 위암이나 간암과 같이 한국인에게 잘 발병하는 난치병의 원인 유전자 몇가지를 밝히는 것이 주된 연구였다. 인체의 염기서열 전체를 밝히는 선진국들의 인간게놈프로젝트 규모를 생각하면 극히 일부분에 한정된 셈.뒤늦게 출발한 우리나라로서는 이에 상응한 비용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여하며 고생을 해온 선진국들이 인간게놈프로젝트의 결과물을 공짜로 제공할리 없기 때문이다. 한국과학자들은 게놈연구를 수행할 때 일일이 돈을 주고 기초자료를 사와야 할 형편이다. 특히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비롯 다양한 유전자에 특허가 부여되고 있는 추세다. 때문에 위암·치매 등과 같은 난치병을 치료할 때 막대한 「유전자 사용료」를 지불해야 할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정부가 더 이상 늦기전에 인간게놈연구를 서두르려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9월14일 과학기술부는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의 하나로 국내 인간게놈연구를 수행할 후보자를 모집했다. 이 사업은 10년 정도의 시간안에 시제품을 생산해 국가경쟁력 확보에 크게기여할 수 있는 기술에 적극적인 지원을 펴는 정부사업이다.
2010년 안에 선진국 5위권에 진입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총 20개의 사업이 추진될 예정인데 올해 시범적으로 운영될 두개의 사업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간게놈에대한 연구다. 장식명칭은 「게놈기능분석을 이용한 신유전자 기술개발 사업」이다.
1년에 100억원씩 10년간 총 1,000억원이 투여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여기에는 기능유전체학과 프로테오믹스 그리고 이들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도구인 DNA칩과 생물정보학 분야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선진국 보다 늦게 시작한 나머지 인력과 자료의 부족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기초자료가 없는 것이 연구개발의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DNA 칩을 국내서 개발해 간암을 진단한다고 생각해보자.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은 칩에 들어갈 10만개의 유전자다.시험대상자의 간 유전자 상태가 어떤지 비교할 대상이다. 그런데 10만개 유전자는 선진국의 손에쥐어져 있다.
현재 인간 유전자 1개 샘플을 미국에서 구입하려면 24달러를 내야 한다. 10만개를 모두 구입하는데 240만달러나 든다는 말이다. 다행히 1만개를 한꺼번에 사면 단가를 6달러로 대폭 낮춰주기 때문에 10만개면 60만달러다. 즉 8억원 정도가 들어간다. 그렇다면 매년 100억원을 투여할 계획인 한국 게놈사업에서 그리 큰 액수는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비록 10만개를 모두 사들인다 해도 이를 병원에서 상업용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계약서에 규정돼 있다. 단지 연구용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에서 얻은 샘플은 미국인으로부터 얻은 것이다. 한국인의 질환을 진단하려면 정상적인 한국인의 10여만개 유전자 샘플이 있어야 한다. 말그대로 「산넘어 산」의 가시밭길이다.
현재 국내에서 인간게놈사업을 추진중인 관계자들은 대부분 『돈이 적게 들고 접근이 쉬운 미생물의 연구도 중요하지만 이 사업의 대상은 인간으로 확정된 상태』라면서 『유전자 한개를 분석하는 비용이 과거 12만원 정도였던 것이 2만5,000원 선으로 떨어지고 기간도 몇개월에서 하루로 줄어 우리는 선진국이 들인 비용과 시간에 비해 크게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따라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