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한 해를 보낸 중소기업에도 연말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함께 고생한 직원들이나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했던 지인들과 송년회 약속을 잡고 올해 회사 매출과 연말 상여금을 계산하면서 또 한 해가 이렇게 저무는구나 하면서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내 앞가림 하기도 힘든’ 이들에게도 화제는 단연 일주일 남은 대통령 선거다. 이제 찍을 후보도 웬만큼 추렸고 공약이나 후보들의 인간 됨됨이도 얼추 파악됐으니 투표장 가서 찍기만 하면 되는데 여전히 이들의 표정에는 무엇인가 개운한 맛이 없다.
“현장을 아는 대통령이 나온다고요? 천만의 말씀. 안다고 떠드는 놈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술 한잔 걸치고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중소기업인들은 하나같이 씁쓸한 표정이다. 중소기업 출신까지 12명이나 되는 후보가 앞다퉈 중소기업을 위한 국가를 세우겠다고 외치지만 헛방에 그치기 쉬운 내용들을 들여다본 이들의 소외감은 이미 시작된 듯 하다.
중소기업 CEO들은 작더라도 하나의 공동체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리더’들이다. 그들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더딘 작업인지 알고, 성과를 거두고 또 나누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매 순간 뼈저리게 느낀다. 이들이 남발되는 공약을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이 일리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작지만 강한 기업’이나 다름없다. 이런 중소기업을 경영할 CEO는 원칙에 충실한 동시에 현실에서도 유연해야 한다. 대기업을 국가경제의 선봉에 세우면서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클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주고 꿈이 이뤄질 수 있는 역동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참여정부는 원칙만 강조하다보니 현실적인 관점에서 괴리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렇다고 원칙을 벗어나 부풀리고 감추는 대통령을 원하진 않을 것이다.
“하나의 조직을 움직이려면 머리와 가슴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중소기업 사장들의 말을 대선 후보들은 가슴에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