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검찰이 총수 구속수사 방침을 결정하자 현대차 직원들이 허탈한 표정을 지은 채 삼삼오오 모여 TV 뉴스속보에 귀기울이고 있다. /김주성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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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ㆍ기아차그룹의 경영구도 및 지배구조 등에도 적지않은 후폭풍이 예고됐다.
정몽구 회장은 그동안 단순한 오너로서의 위상을 넘어 각종 경영현안을 직접 챙겨온 최고경영자(CEO) 스타일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공백’으로 경영구도 전반에 커다란 변화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총수 공백’이 현실화된 27일 그룹 수뇌부들은 정상 경영의 일손을 놓은 채 긴급 대책회의를 잇달아 갖고 우선 김동진 총괄부회장 등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시키기로 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해도 사실상 그룹의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해온 정몽구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며 “당분간 신규사업은 중단한 채 현대ㆍ기아차의 각 사업본부 및 계열사 대표를 중심으로 일상적인 업무만 처리하는 ‘한시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룹은 이에 따라 정 회장의 공백기간 동안 비상체제를 유지한 뒤 그의 복귀를 전후해 경영구도 등 전반에 대해 대대적인 수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부에서는 이미 이번 사건이 결정적인 내부제보에서 촉발된 것으로 파악, 인사시스템의 개편 등 강도 높은 ‘쇄신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 19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지배 구조의 개선 및 계열사별 자율ㆍ독립경영체제를 구축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룹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은 CEO가 곧 브랜드처럼 인식되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고속성장을 위해서는 ‘스피드 경영’이 필수적 요소”라며 “다만 이번 검찰 수사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주요 의사결정에서 회장에게 의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점은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룹은 중장기적으로 정 회장을 축으로 한 중앙집중식 경영에서 분권형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그룹 주변에서는 “이번 사태가 내부제보로 촉발됐다는 점, 사전에 치밀하게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점 등등으로 자성론이 나오고 있어 조만간 분위기 쇄신 차원의 대대적인 경영진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경우 기존 그룹 경영진의 역학구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뒤따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투명성 강화 및 대외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능력 있는 외부 전문가를 경영진으로 영입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번 사태로 ‘글로벌 명품차’를 만든다는 임직원들의 자부심이 크게 상처를 입었다는 점도 현대차가 신경을 써서 추슬러야 할 대목이다. 임직원들의 사기를 다시 높이고 애사심을 보다 키우기 위한 후속조치도 불가피한 상황.
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문제가 된 부분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며 “이미 인사시스템 전반을 개혁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으며 조만간 구체안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다른 관계자는 “사내에서는 이미 이번 기회에 ‘바꿀 것은 다 바꾸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기업문화를 좀더 개방적으로 바꿔 상하간 언로를 틔우고 대외적으로도 보다 투명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대책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