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증가로 늘어난 원유의 재고관리가 국제유가의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저장고 부족으로 원유 재고처분 압력이 커지면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마켓워치는 5일(현지시간) 지난해 6월 이후 반토막 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생산량 증가에 따른 저장공간 부족으로 40%가량의 추가 가격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경우 원유 공급량이 80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이미 저장고의 70%가량이 찬 상태다. 미국 내 석유저장 시설 집결지인 오클라호마 쿠싱의 저장고는 올봄이면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씨티그룹은 유럽의 주요 상업 저장고의 경우 90% 이상, 한국과 일본 등도 80% 이상 채워진 상태라고 추정하고 있다.
에너지컨설팅 업체인 페리매니지먼트의 찰스 페리 최고경영자(CEO)는 "저장고가 가득 차면 재고처분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저장고 부족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30~40달러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루미스세일리스앤코의 하리시 선다레시 매니저도 "현재 원유 재고 수준은 무서울 정도"라며 "저장시설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WSJ는 미국 내 저장탱크 건설 등 저장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원유의 일일 생산량이 수요를 웃도는 150만배럴에 달하면서 저장시설 부족을 초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원유 재고량이 급증하면서 급기야 원유저장고 이용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상품이 됐다. 뉴욕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CME그룹은 오는 29일 원유 생산자와 트레이더가 지정된 기간에 원유를 미 루이지애나주 저장고에 저장할 권리를 사고팔 수 있는 최초의 선물계약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