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해 보다는 덜 했다지만 전국의 고속도로는 귀성차량으로 뒤덮여 지체와 짜증의 고향길을 되풀이했다.한 통계에 따르면 금년 추석에 이동한 인구는 지난 해 보다 7.2%가 늘어난 약 3.200만명 이었다고 한다. 전체 인구 4.700만 명의 70%가 되는 숫자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동 차량만 1,400만 대라고 하는 것이다. 서울에 적을 두고 있는 차량이 250만대. 전국의차량대수가 1,000만대 임을 감안하면 전국도로가 주차장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제 경제적, 물류적 그리고 문화적인 측면에서 추석명절을 한 번 고려 해 볼 때이다. 특히 물류적인 측면에서 국민적인 계몽이 필요 한 것이 아닌가 한다. 과도한 물류비는 국가 경쟁력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 나라 경제의 큰 틀을 이루고 있는 무역에 차질을 주고 있다. 일부 상품은 명절기간에도 생산을 해야 할 정도로 바쁘지만 그 상품이 운반돼야 할 고속도로는 사람들의 이동에 밀려서 화물은 움직일 수 없다. 금년에는 추석연휴 기간에 수출화물에 한해서 도로를 사용토록 했지만 승용차 틈에 끼어 서울~부산간을 이동하는데 14시간이 소요되면 운송의 효율성은 말이 아니다. 그 휴우증으로 화물 적시 수송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체 물류비의 70%를 차지하는 높은 율의 수송비를 낮추는 것이 수출국의 시급한 현안이다.
둘째, 교통혼잡비용의 액수가 자꾸 높아지고 있다. 건교부 통계에 의하면 96년에 지불된 교통혼잡비용은 15조9,000억 원이었으나 97년에는 15.7% 증가한 18조4,000억원. 이 또한 물류비의 수송비를 올리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추석명절의 도로상황은 교통혼잡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교통혼잡의 한 현상인 도로의 주차장화는 빨리 사라져야 한다. 고유가(高油價)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셋째, 교통수단 분담률의 지나친 편중화이다. 교통수단은 트럭(승용차) 배 항공기 그리고 기차가 있다. 화물 수송의 경우 도로를 이용하는 트럭의 분담률은 90%대 인데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이용된 교통수단도 도로를 이용한 승용차가 절대적으로 높은 율이었다. 편리성을 추구하여 얻은 결과는 2시간 거리를 7시간이나 걸리는 비효율성이었다.
우리 나라가 아시아에서 유류 소비증가율이 가장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자동차 이용이 지나치게 많고, 그것도 대중교통수단의 수요는 감소하고 값비싼 개인교통수단이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라 한다. 낭비적인 도로 이용율을 낮추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이러한 경제적, 물류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흐름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문화를 가꾸는 일이라고 본다. 민족의 대이동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다음과 같은 물류문화 마인드를 가져야 할 일이다.
첫째, 예약문화의 필요성이다. 제한되어 있는 공간을 효율성 있게 활용하려면 예약에 의해 사용자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예약에 익숙치 않아 예약만 할 뿐 사정상 취소할 필요가 있을 때에도 취소통보를 하지 않아 남에게 피해를 준다.
추석에 대중교통을 회피하는 것도 어찌 보면 예약을 위한 번거로움과 지정된 시간에 맞추어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 때문으로 여겨진다. 예약문화가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예약을 생활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추석 연휴만이라도 도로를 예약제로 이용하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한정된 도로를 누구나 쓰고 싶을 때 마음대로 쓰도록 방치하기 보다는 계획된 일정에 따라서 도로를 쓰도록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공동화 마인드의 필요성이다. 카풀제를 통해 고향에 같이 가는 일은 아주 흔한 일이 되었지만 아직도 빈자리가 많다. 도로를 조금이라도 넓게 쓰려면 공동화에 동참해야 할 일이다. 귀향 때 뿐 만 아니라 귀경(歸京) 때도 카풀제를 잘 활용해야한다.
셋째, 차별화 마인드의 필요성이다. 기차를 한 번 쯤 이용한 사람은 요일별로 요금이 차등화 되어 있음을 알 것이다. 추석 연휴기간에 도로 이용의 차별화를 적용해 시간별, 날자별로 가격 차등을 두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추석의 물류대란(大亂)은 고향가는 즐거움으로 그것을 덜 느낄 뿐이다. 그 많은 사람의 이동-인류(人流), 그 많은 자동차의 흐름-차류(車流), 그 많은 돈의 흐름-금류(金流), 그 많은 상품의 이동으로 나라는 몸살을 앓는다. 교통 사고로 인한 인명손실과 경제적 손실도 적지 않다. 민족의 명절을 대란으로 지내지 않기 위해서 국민 모두가 물류문화를 한 번 쯤 생각해 볼 일이다.
韓相元(한상물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