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 알스톰 인수전 참가 GE 유리했던 판세 '원점으로'

글로벌 제조업체 1·2위 맞대결
佛정부는 인수합병 거부권 신설


독일 지멘스가 프랑스의 초고속열차·발전설비 제작업체인 알스톰 인수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알스톰을 놓고 글로벌 제조업체 1, 2위인 지멘스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대결을 벌이게 됐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지멘스 측은 프랑스 의회에 대한 로비 등으로 알스톰 인수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지난 몇주간 지멘스와 GE는 각각 프랑스 당국자와 비공개 협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멘스 측은 알스톰의 에너지 부문을 인수하는 대신 철도와 운송 부문을 알스톰에 매각할 계획이다. 크리스토프 드메스트르 프랑스 지멘스 대표는 "알스톰의 터빈 사업과 지멘스의 철도 부문을 맞교환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라며 "이는 철도와 에너지 부문에서 챔피언 둘을 탄생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멘스는 또 임직원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회사 소재지도 프랑스에서 옮기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놓았다. 지멘스 측은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오는 6월16일까지 공식 인수를 제안할 방침이다.

GE 또한 알스톰의 에너지사업 부문 인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은 28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의 만남을 앞두고 "GE는 프랑스 정부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협력사안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GE는 알스톰을 흡수 합병하지 않고 프랑스를 본사로 둔 최고의 에너지 기업체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스톰을 둘러싼 인수전 초반에는 알스톰 이사회가 GE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GE에 유리한 형국이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가 자국의 대표 산업인 원자력발전용 증기터빈 기술이나 고속철도 테제베(TGV) 기술이 외국 기업에 넘어갈 것을 우려해 제동을 걸면서 인수전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알스톰은 국영기업으로 프랑스 정부의 승인이 있어야만 인수가 가능하다.

한편 프랑스 정부는 외국 자본으로부터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인수합병 거부권 규정을 지난 15일 신설했다. 에너지와 수도·의료·운송·통신 등과 관련된 프랑스 주요 기업을 인수하려는 외국 기업은 경제장관의 최종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알스톰이 보유한 원자력발전용 증기터빈 제조기술은 프랑스가 가진 핵 관련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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