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TI)가 전 세계 85개 주요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98년도 부패지수」를 발표했다. TI에 따르면 한국은 10점 만점에 4.2점으로 4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패지수는 TI가 매년 정치분석가와 현지 기업인 등의 인식을 기준으로 뇌물수수 등 항목별로 설문조사를 실시, 발표하는 부패측정치다. 점수가 높을수록 깨끗한 나라고 낮을 수록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에 속한다. 부끄러운 사실은 지난 96년에는 27위였던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작년에는 34위, 금년에는 지난해 대비 9단계나 더 떨어졌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패가 없는 나라는 덴마크로 10점 만점을 받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7.5점으로 17위, 일본 5.8점으로 25위, 타이완(臺灣)과 말레이시아 5.3점으로 공동 29위, 중국 3.5점으로 52위였다. 맨 꼴찌는 아프리카의 카메룬으로 1.4점을 받았다.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겨우 중국을 제꼈을 뿐, 경쟁국에 비해 뒤졌다.
그렇지않아도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뇌물 공화국」이라는 오명(汚名)을 뒤집어 쓴지 오래다. 이번 TI의 발표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돼 자칫 신인도마저 추락하는 것 아닌가 싶어 심히 우려된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반(反)부패 라운드」설정을 제기한 것도 사실은 한국을 겨냥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정설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부정부패가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져있다는 반증(反證)인 셈이다.
지금 정치권을 비롯, 공직사회에 사정(司正)의 거센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정부가 단행하고 있는 개혁의 첫 과제가 바로 부정 부패의 척결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표적사정이라는 야당의 반발도 있지만 우리사회에서 가장 부패한 곳 가운데 하나가 정치권이라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완전 정화(淨化)할 필요가 있다. TI의 부패지수를 분석해 보면 부패한 나라일수록 경제성장이 더딘 것으로 되어있다.
마침 여당인 국민회의는 정치인과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부패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서두르고 있다. 이를 전담할 특별검사를 검찰에 둘 것인가, 독립시킬 것인가를 두고 야당인 한나라당과 견해차가 있긴하지만 대강은 일치, 「부패방지법」 탄생은 틀림없는 것같다.
부정 부패의 척결 없이는 경제발전도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벗어나는 길 가운데 하나는 부정 부패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도 한 처방이다. 그 전제는 국민의 의식개혁이다. 이제 「부패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떨쳐버릴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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