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필리핀 보험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위해 현지 은행과 합작사 설립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 사업도 단독 영업에서 중국은행(BOC)과 제휴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한 데 이어 동남아 국가 진출 역시 현지 업체와의 제휴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9일 업계와 필리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필리핀 진출을 위해 현지의 필리핀내셔널뱅크(PNB)와 접촉하고 있다.
PNB는 1916년 설립돼 1980년 민영화된 은행으로 자산 기준 로컬 은행 중 5위권에 속해 있다. 필리핀 보험위원회의 임마누엘 둑 위원은 최근 현지 언론에 "복수의 해외 보험사들이 PNB와 합작사 설립, 또는 지분 인수를 통해 방카슈랑스 시장에 진출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PNB는 자산 규모나 재무 안전성 면에서 현재 해외 보험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유일한 은행"이라고 전했다. 662개에 달하는 PNB 지점을 통해 방카슈랑스 영업에 나서려는 외국사가 많다는 설명이다.
둑 위원이 해당 보험사들을 직접 밝히지는 않았으나 현지에서는 삼성생명을 비롯해 독일 알리안츠생명, 스위스 취리히생명, 대만 푸본생명 등을 유력한 곳으로 꼽았다. 실제로 필리핀 보험위원회가 올해 초에도 "삼성생명이 필리핀 시장에 강력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삼성생명 실무진은 최근 PNB 관계자들과 두 차례 이상 공식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 관계자들이 PNB 측에 공식 실사 수준의 질문을 해 은행 관계자들을 당황스럽게 했다는 후문이다.
삼성생명이 진출을 추진 중인 필리핀 보험 시장은 지난해 주춤한 후 올 상반기 보험료 수입액이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성장하는 등 성장세로 돌아섰다. 프랑스의 AXA가 현지 1위 은행인 메트로폴리탄은행과 손을 잡은 후 방카슈랑스 영업에 빠르게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아직 필리핀에 진출하지 않은 외국계 보험사들을 자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으며 필리핀도 그 중 한 곳"이라며 "아직 초기 접촉 수준으로 확정된 바는 없지만 알리안츠 등 글로벌 대형사들과 경쟁하게 된다면 필리핀 시장의 경우 '삼성'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매우 높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삼성생명은 필리핀뿐만 아니라 베트남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이 국영 금융사인 바오비엣 고위관계자와 직접 만나는 등 시장 진출 방안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오비엣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는 물론 은행·증권·자산운용사까지 거느린 종합 금융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