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에] 건국 60년, 선진화 원년

지난해 한천작우(旱天作雨ㆍ나라가 어려움에 빠지면 하늘이 길을 열어준다)라는 사자성어를 내걸었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올해는 시화연풍(時和年豊ㆍ나라가 태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을 사자성어로 내놓았다. 지난 연말 대통령선거로 확인된 시대정신이 경제살리기와 사회통합이라고 보고 다분히 실용적인 성과를 희망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한 것이다. 사실 국민들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과거와는 다르게 생각했다. 5년 전 참여정부를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부패야말로 반드시 척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고 판단했던 유권자들은 이제 ‘무능이야말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이 당선인도 이 같은 변화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지난달 27일 소망교회 축하예배 인사말을 통해 “기쁜 마음은 잠시고 걱정이 태산이다. 날 찍었든 아니든 국민의 기대가 크다”면서 대통령 취임을 앞둔 중압감을 토로했다. ‘이명박 정부’로 당당하게 명명한 새 정부는 과거의 새 정부가 그래왔듯이 직전 정권을 반면교사로 갖가지 변화를 도모할 것이 분명하다. 10년 만에 여야가 바뀌는 정권교체가 이뤄진 만큼 새 정부의 변화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이다. 이제 겨우 정권인수기간이 시작됐는데 벌써부터 작은 정부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론이 난무하는 등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새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또다른 폐단이 생기기 쉽다. 또한 너무 많은 것을 시도하다 보면 결국 아무 것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사단이 생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참여정부야말로 갖가지 로드맵을 다 만들었으나 경제 성적표는 초라한 전형적인 사례가 아닌가. 국가경영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실정이 부동산대책이었다고 하지만 멀리 내다볼 때 더 심각하게 가슴에 와닿은 것은 사람과 돈이 모두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상이었다. 조기 유학생이 두 배로 늘었지만 그들이 성장해 고국으로 돌아오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또한 해외투자 자유화가 진척된 측면이 없지 않으나 교포들의 재산반출 등이 크게 늘었고 서비스 부문의 역조현상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사람과 돈이 모두 조국을 등지면 먼 훗날 대한민국에는 무엇이 남겠는가. 올해는 새 정부가 출범하는 해이기도 하지만 국가적으로는 건국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는 지난 60년 동안 어떻게 달라졌나. 단순히 경제지표만을 돌아보면 국부는 엄청나게 커졌고 국민생활도 한 해가 다르게 변모해왔다. 그러나 우리가 선진국 문턱에 이르려면 아직도 험난한 고비를 넘어야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는 나라가 즐비하고 세계화로 하나가 된 지구촌 시장에서 우리가 발 뻗을 틈은 그리 많지 않다. 양극화가 심화돼 중산층은 붕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도 변변치 못한 게 현실이다. 새 정부가 지난 1987년 이후 20년 동안의 민주화를 마무리하고 신발전체계로 선진화를 도모한다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났고 외환위기까지 무난히 극복한 우리에게는 충분한 저력이 있다. 더욱이 단일민족의 특성상 경제적으로나 국민의식의 측면에서나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불길이 당겨지기만 하면 이명박 정부 5년은 충분히 주춧돌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은 국가에 대한 불신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국민통합을 이루고 선진화 과정을 수행하려면 국민의 신뢰를 찾는 게 급선무이다. ‘BBK 특검’으로 ‘도덕적 짐(Moral Burden)’을 지고 출발하는 이명박 정부에 당장 필요한 것은 경제성적표도 아니고 공약실천도 아니며 바로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국정운영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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