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에서 불법 게임물을 운영해온 사실이 밝혀진 지 보름이 지났지만, 두 항공사는 여전히 불법 게임물을 기내에서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기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서울 관악갑)은 17일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항공기내 게임물 제공 관련 조사 결과’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해 18일 이같이 밝혔다.
앞서 유기홍 의원은 지난 4일 “대한항공이 기내에 서비스하는 39개 게임과 아시아나항공이 서비스하는 75개 게임 모두 등급 필증을 받지 않았다”며 두 항공사의 불법 게임물 서비스 제공 사실을 밝힌바 있다.
해당 게임물 가운데는 포커, 블랙잭 등 성인게임물인 카지노게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산업진흥법 제21조(등급분류)에 따르면 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할 목적으로 제작 또는 배급하고자 하는 자는 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32조(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는 등급을 받지 아니한 게임물을 유통 또는 이용에 제공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등급분류 신청도 하지 않은 채 탑승객들에게 게임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불법 게임물 운영 사실이 밝혀 진 후 게임관리위원회는 두 항공사에 시정요청 공문을 보내 3근무일 이내 등급분류 신청을 완료할 것을 명시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직접 기한을 설정하거나, 2개월 이상의 시간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대한항공은 39개 게임물에 대한 등급분류 신청을 모두 완료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75개 게임물중 25개만 등급분류를 신청했다.
관리감독을 해야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사후조치에도 문제가 있다.
유기홍 의원실이 입수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보낸 ‘등급미필 게임물 제공에 대한 시정요청’공문을 보면“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한 경우에는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으나 금회에 한하여 이를 유예한다”고 명시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항공사의 불법 사실을 확인하고도 봐주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유기홍 의원은“출범 이후 성추행, 뇌물수수가 연달아 터지면서 큰 실망을 줬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대기업 특혜 의혹까지 더해졌다”며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재벌 항공사의 10년 넘은 위법사실을 알고도 눈감아 줬다면 특혜, 몰랐다면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