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수급상 불균형으로 주후반 상승탄력 둔화될 듯

`추가 상승이냐, 조정이냐`. 증시가 갈림길에 섰다. 20일 종합주가지수는 8.69포인트(1.13%) 오른 766.44포인트로 마감, 다시 770선을 회복하는 강세를 보였으나 내용면에서는 몇가지 부담스런 요인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을 지탱해오던 외국인들이 이날 현물시장에서 12일만에 순매도로 전환하고,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사상최고치에 육박하는 등 수급상 불균형이 심화됐다. 특히 현물시장에서와는 달리 선물시장에서 대규모 순매수를 통해 1,3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수세를 유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현재 호재와 악재가 혼재한 가운데 800선을 향한 추가상승 기대감과 단기상승에 대한 부담감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며 “상승추세는 살아있지만 수급상 불균형이 해소될 때까지 상승탄력은 다소 둔화될 것인만큼 실적호전주 등 개별 종목으로 단기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프로그램을 제외하곤 `모두` 팔았다=이날 주요 투자주체들의 매매패턴은 표면상으론 엇갈렸지만 사실상 모두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주 후반부터 매수 볼륨을 줄이던 외국인은 이날 219억원 순매도, 11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마감했다. 개인은 179억원어치를 팔아 지난 2일이후 12일 연속 순매도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기관은 이날 외국인의 선물매수에 따른 프로그램 매수세에 힘입어 452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매수세를 제외할 경우 사실상 853억원 순매도를 기록, 여전히 매도세로 일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가는 “지난 주 목요일 이후 외국인들이 현물매수 포지션을 줄이고 선물로 옮겨타는 분위기가 나타나는 등 외국인의 수급면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을 유일하게 지탱하고 있던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한 상황에서는 지수상승의 발걸음이 무거워 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 수급상 불균형으로 주후반 상승탄력 둔화될 듯=이날 외국인들은 선물시장에서 6,322계약을 사들이면서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를 이끌어 냈다. 지난 주에 이어 선물시장에서 공격적인 매수로 현물시장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매매패턴이 향후 수급 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게 시장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앞으로 프로그램 매물로 시장에 쏟아질 수 있는 금액인 매수차익거래 잔고 규모가 지난 6월이후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는데다, 외국인이 이달들어 처음으로 현물시장에서 매도로 돌아선 것도 수급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더구나 오는 22일부터 지난 2년간의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되는 장기증권저축 관련 펀드 환매물량 등 투신권의 펀드환매에 따른 비차익 매물이 시장에 대거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올들어 삼성전자 실적발표와 관련 실적발표 전에는 실적여부에 관계없이 순매수 강도를 높였지만 실적발표 이후에는 매수 강도가 약해졌던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은 향후 외국인 매매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국인 선물 대규모 순매수 배경은=외국인들의 대규모 선물 순매수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99년말~2000년초 국내 증시를 뒤흔들었던 `홍콩 물고기`가 다시 출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등 정확한 실체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매수목적에 대해서는 비슷한 분석이 나왔다. 서정광 LG투자증권 투자분석가는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 매수세는 현물시장에 대한 위험 헷지용 물량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이중 일부는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삼성전자의 현ㆍ선물시장의 스프레드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 물량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주말 미국시장이 기술적 조정국면에 진입하면서 해외발 단기상승 모멘텀이 사라지자 현물시장 대신 선물시장을 차선으로 택했다는 설명이다. 김중현 투자분석가는 “미국 등 전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태에서 그 동안 사들이던 블루칩들에 대한 지분율 및 가격부담이 커지자 단기적으로 불확실한 현물시장 보다는 선물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도 “옵션거래와 연관된 매매이거나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을 염두에 둔 매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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