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해에 감귤값 하락… 제주 농가 "속 타요"

외관 나빠져 제값 받기 어려운데 해걸이 작황 부진 겹쳐 더 떨어져
롯데마트 "판매촉진 행사로 시름에 빠진 농가 지원할 것"

21일 제주도 서귀포시 상효동 세진농원에서 현성익씨가 수확을 앞둔 감귤을 보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마트

"풍해랑 해걸이가 겹쳐서 올해 감귤 농사는 걱정이 많네요. 보시다시피 요놈처럼 겉모양이 쭈글거리는 것들은 제값 받기가 어려워요. 그래도 품질에는 별 문제가 없으니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제주 감귤을 많이 좀 구입해주셨으면 좋겠구만요."

지난 21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상효동에 위치한 세진농원. 제주공항을 빠져 나와 1131번 지방도를 차량으로 1시간쯤 달리자 산 중턱에서 바닷가까지 길게 펼쳐진 감귤 농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농장은 이른 아침부터 감귤 수확에 나선 인부들로 연신 북적댔지만 황금색 귤을 손에 집어드는 표정은 다소 무거웠다.

한라산 바로 아래에 위치한 세진농원은 연간 50t 물량의 감귤을 생산한다. 제주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하지만 35년째 농장을 운영한다는 현성익(59)씨는 "구정까지 계속 수확을 해야하지만 가격이 자꾸 떨어져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올해 제주도에는 큰 태풍도 없고 강수량도 적당해 제주 감귤 농가들은 예년보다 작황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지난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수확에 들어가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른 봄에 찾아온 풍해로 감귤의 외관이 나빠진 데다 해걸이 작황도 좋지 않아 가격이 계속 하락세이기 때문이다.

현씨는 "감귤을 수확하면 품질이 좋은 '상품'의 비중이 통상 30% 정도 되고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하품'이 70% 나오는데 올해는 하품 가격이 20% 이상 하락하고 상품은 10% 정도만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하품의 하락 폭이 더 커 가격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비가 많이 오지 않아 감귤 당도가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나일염 롯데마트 과일 상품 기획자는 "올해 제주도 서귀포 지역의 기상 여건은 예년보다 양호했지만 풍해와 해걸이의 영향으로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가격 하락으로 시름에 빠진 감귤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판매촉진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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