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장 오랜 시간동안 즐길 수 있고, 가장 넓은 자연을 느끼며 그 속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스포츠는 바로 골프일 것이다.
왜냐하면 첫째, 스포츠 경기장 건설기준 중에서 골프장이 가장 넓은 면적기준을 가지고 있고(최소 20만평 이상: 체육시설법에 의한 18홀 최소 면적기준) 둘째, 3살부터(타이거 우즈가 골프를 시작한 나이) 73살까지(평균 수명) 약 70년 이상 즐길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골프는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중에서 자연을 가장 많은 시간동안 접하는 것이며, 스포츠 중에서 인생을 논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골프의 진정한 멋과 의미를 저버리고 소일거리나 내기 수단으로 삼는 골퍼들이 있어 가슴이 아플 때가 많다.
골프를 시작한지 4개월 정도(1995년 6월) 되었을 때, 오크밸리 리조트 개발을 위해 미국WTGA에서 우리회사에 파견된 스탠 기보라는 일본계 미국인과 경기도 S 골프장에서 라운드할 기회가 있었다. 장마철이어서 비가 가늘게 내리고 있었지만 라운드에 무리가 없어 보여 첫 번째 티잉 그라운드에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너무 내리니 라운드를 취소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었는데 미국인이 조용히 우리에게 다가와서 “골프는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운동이며, 자연을 극복할 수 없다면 골프를 즐길 자격이 없다”라고 일침을 놓은 뒤, 티잉 그라운드에 나가 티 샷을 멋지게 날렸다. 이러한 행동을 본 일행들은 창피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라운드를 계속했으며, 다행이 9홀 이후 날씨가 맑아져 무사히 라운드를 마칠 수 있었다.
그때 스코어카드를 보고 우리 모두는 그 미국인의 84타(핸디캡 10)라는 스코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들 자기 핸디캡에서 10~12타 이상 더 나왔는데, 미국인만이 그 악조건 속에서도 2타의 오차밖에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골프의 진정한 멋과 의미를 아는 골퍼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업무 때문에 제주도에 매주 내려간다.
그래서 바람 때문에 라운드를 못하겠다느니, 스코어가 엉망이라느니 하는 골퍼들을 자주 보는데 그들을 대할 때마다 `골프를 자연을 극복하는 스포츠`라고 일침을 놓던 그 미국인이 떠오르곤 한다.
<인천=김인완기자 iy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