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한국방문의 해] 특별대담

"관광대국, 민·관·업계 힘 합쳐야 가능"올해는 정부가 지정한 한국방문의 해이다. 한국방문의 해 사업은 내년에 우리나라에서 열라는 세계적인 체육행사인 월드컵축구대회와 부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21세기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관광산업의 획기적인 발전 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이제 한국방문의 해 사업이 시작된지 두 달이 흘렀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도영심 (都英心) 한국방문의 해 추진위원회 위원장과 조홍규(趙洪奎) 한국관광공사 사장과의 특별대담을 마련, 한국방문의 해가 지난 두 달 동안 계획대로 추진됐는지, 또 앞으로 예정된 사업들은 차질없이 준비되고 있는지 알아보고,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현주소와 발전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사회자= 2001년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벌써 2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옛말도 있지만, 이 거국적 사업의 출발이 순조로왔다고 보시는지요? ▦도위원장= 사실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난 1999년 기획단과 추진위원회가 조직돼 2년여간 많은 준비를 했지만, 아쉬움이 있습니다. 한국방문의 해 사업은 오랫동안 누적된 관광산업의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고, 업계의 축적된 경험과 전국민의 적극적인 호응을 바탕으로 추진해야 성공할수 있습니다. 올해는 한국 뿐만아니라 부르나이, 파키스탄도 방문의 해 행사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의 행사에 뒤지지 않는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사장= 출발은 순조로웠습니다. 올해 방문의 해는 지난 1994년에 이어 두번째입니다. 94년에는 외래관광객을 358만명을 유치해 전년대비 7.5%나 늘었고, 관광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완화 및 국민들의 인식제고에는 일단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도 우리 관광공사는 방문의 해 행사가 관광산업 경쟁력의 강화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 세계소리축제, 태권도축제 등 10대 기획이벤트를 추진하고, 해외에 홍보유치단을 파견하는 등 외래객 확대에 힘쓸 계획입니다. ▦사회자= 내년에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한국방문의 해 사업은 말하자면 준비작업의 하나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이 사업이 아직도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러 가지 준비와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혹시 차질이 있는 분야는 어떻게 궤도를 수정해야 좋겠습니까? ▦도위원장= 한국방문의 해 행사는 평소 관광공사가 해오던 일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개최를 계기로 삼아 우리나라 관광산업에 획기적인 이정표 만들자는게 기본적인 취지입니다. 관광이 고부가가치 상품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관광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용태세가 안돼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9위의 수출대국인데, 관광산업은 아직 세계 26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차이를 극복하는게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교문화 때문인지 노는 것, 쓰는 것 등을 아주 가볍게 봅니다. 관광산업 발전엔 큰 걸림돌이지요.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가 마련한 것이 한국방문의 해인데, 의도는 좋았지만 국민의식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데 문제가 있어요. 관광산업에는 국민의 의식과 삶이 직접적으로 투영됩니다. 관광산업을 무시하는 정부와 국민의 인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미래는 결코 밝다고 말할수 없습니다. ▦조사장= 추진위원회와 관광공사가 하고자 하는 일은 많은데 인적ㆍ예산적 지원이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특별히 방문의 해에 관련해서도 그렇지만, 관광산업 전반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근본적으로 미흡합니다. '관광 진흥'을 말로만 되뇌었지 진흥을 위한 지원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정부가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특별한 사업으로 한국방문의 해를 설정했으면 그에 합당한 특별한 지원이 뒤따라야 하는데, 전혀 없어요. 이벤트사업만 잔뜩 벌여놓고, 막상 숙박ㆍ교통 등 중요한 수용태세 지원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벤트사업이 전국적으로 분산된 것도 문제입니다. 지역별로 특화된 축제를 한국방문의 해라는 하나의 주제 속에 집중시키지 못해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는 겁니다. ▦사회자= 그동안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숙박시설과 음식점의 절대부족 등관광 인프라 구축이 아직도 미비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 부문은 얼마나 진전되고 개선되었는지요? ▦조사장= 관광에는 몇가지 필수요건이 있습니다. 첫째가 길입니다. 특히 외래관광객 유치에 중요한 항공노선이 상당히 부족합니다. 겨우 한ㆍ일간 전세기만 몇 노선 있을 뿐이예요. 하늘 길을 넓혀야 합니다. 둘째는 말이예요. 관광안내원의 인원이 수요에 비해 크게 모자랍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기존에 있던 안내요원 육성도 못하게 하고 있어요. 대학에 관광학과가 생겼다는 이유로 관광교육원을 폐쇄하라는 겁니다. 더구나 관광공사의 경우 지난 4년동안 300명을 감원하면서도 신규직원을 한명도 채용하지 못했습니다. 다음은 밥 문제입니다. 지난해 청와대 앞에서 중국인들이 데모한 이유도 밥을 제대로 안먹여서 생긴겁니다. 설렁탕으로 세 끼 먹이는 관광이 버젓이 판매되니 우리 관광이미지는 뭐가 됩니까. 정부는 민간에게 알아서 하라고 하는데, 정부의 지원 없이 민간이 뭘 할수 있겠습니다. 정부가 민간을 지원해서 한국적인 음식을 개발하는 등 먹을거리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책을 내놔야 합니다. 잠자리도 문제입니다. 고급호텔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막상 관광객들이 머물만한 중저가 호텔은 거의 없는 형편이 아비니까. ▦도위원장= 국민이 관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언론도 우리나라 관광실태를 있는 그대로 전달해줘야 할 사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광은 21세기 유망산업입니다. 국민 모두가 관광을 수출산업으로 생각하고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을 갖도록 언론이 바람을 일으켜줬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태국의 경우를 보면 참 안타까움을 느껴요. 태국 국민들은 문맹률도 높고 교육수준도 우리보다 훨씬 낮지만 세계적인 관광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들도 해냈는데, 우리가 왜 못합니까? 정부도 국민도 관광을 별 볼일없는 산업으로 보는데 근본 원인이 있어요. 일부 인사동 상인들이 중국산 제품을 판다고 합니다. 창피한 일이지만 생업을 위해 그러는 상인들에게 손가락질할수 있습니까? 인사동을 한국적 쇼핑 거리로 육성하지 못한 정부에 보다 큰 책임이 있다고 봐야죠. 동대문ㆍ남대문시장의 상인들, 여행업자들이 제대로 장사할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바로 한국방문의 해의 출발점입니다. ▦사회자= 정부와 민간, 또 지방자치단체간이나 유관 단체간의 정보공유 등 협조체제는 잘 이루어졌으며, 잘 가동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추진위원회 가동 이후 달라진 점이 많은지요? ▦도위원장= '한국방문의 해 추진위원회' 간판을 내거니까, "또 사업이냐?"는 냉소적 반응을 보이는 국민들도 많습니다. 국민의 냉소와 피해의식은 관광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우리나라가 경제적 측면에서 기대를 걸 분야는 벤처 아니면 관광산업입니다. 이 점을 이해하고 국민 모두가 한국방문의 해를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국민 개개인이 자신 또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볼거리라는 점에서 관광산업 발전에서 국민 각자의 역할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외국인들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우리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기 바랍니다. ▦사회자= 도자기만들기ㆍ김치만들기ㆍ스키여행ㆍ온천여행 같은 체험관광이 예정했던대로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요? 지난해 어떤 지역의 음식문화축제에는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이 1%도 못되었다고 합니다. ▦조사장= 무엇보다도 항공교통편이 절대 부족합니다. 우리 관광객이 비행기를 타고 갔다가, 그 비행기로 돌아오니 외국인에게 돌아가는 좌석이 없어요. 교통안내도 제대로 안돼 있어 축제를 해도 찾아갈 도리가 없습니다. 길도 안뚫려, 말도 안통해, 잠자리도 먹을거리도 신통치 않으니 누가 가겠습니까. 지방 도시에 가서 스테이크를 시켜보십시오. 숯덩이 같이 다 탄 것을 줍니다. 숙박 시설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그나마 제대로 안내조차 돼있지 않습니다. ▦도위원장= 대한민국이 관광으로 돈을 벌수 있는 몇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체험관광으로 태권도를 상품화할수 있다고 봅니다. 태권도 종주국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외국인들이 훈련을 받고 돌아갈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다양한 선수권대회를 개최하면 관광 유발효과가 제법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밖에 전국에 산재한 유명 사찰을 돌아보는 문화여행관광, 도자기만들기와 쇼핑을 겸한 체험관광상품, 김치를 다이어트 음식으로 개발해 파는 등 연구해보면 한국적 관광상품은 무궁무진합니다. 남대문ㆍ동대문 상가도 그 자체로 훌륭한 관광상품입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다양한 상품을 값싸게 팔고, 여기에다 물건값을 깎는 재미도 함께 맛볼수 있는 쇼핑 명소가 매력적이지 않겠습니까? 뜬구름 잡는 식으로는 관광산업을 키울수 없습니다. ▦사회자= 중국 및 동남아 관광객들에 대한 차별대우의 재발방지 대책은 있는지요? 잘 아시겠지만 이들이 자기 나라에 돌아가 악선전을 하는 바람에 관광한국 이미지에 매우 좋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조사장= 국내에 불법체류 외국인이 대략 19만명이 있다고 합니다. 통관 과정에서 불법체류자의 유입을 막으려고 중국이나 동남아 관광객까지 범죄용의자 취급을 하면 관광은 뭐가 됩니까? 들어오는걸 막겠다는 자세로 입국자 모두를 감시대상으로 삼는다면 그들이 다시 우리나라를 찾고 싶겠습니까? 불법체류자 문제는 제도개선으로 풀어야 한다고 봅니다. 무조건 덤핑하지 말라고 여행사를 다그치는 것만으로는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시위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할수 없습니다. 자유화시킨다는 명분으로 여행사들을 난립케 해 과당경쟁을 하게 만들고, 어떻게 저가 경쟁을 막을수 있겠습니까? 언론사도 중국 현지시장 등을 직접 돌아보고 심층취재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들춰내 줘야 합니다. ▦도위원장= 우리 국민들은 인종차별이 좀 심한 편입니다. 지하철에 외국인이 타면 옆에 잘 앉으려 하지 않죠. 특히 유색인종에 대한 홀대는 심각한 수준이예요. 케냐 출신의 외국어대학 교수 한 분을 예로 들어볼까요? 그 분은 밖에 나가면 아예 택시 잡기를 포기한다고 합니다. 택시가 서지를 않는대요. 물론 흑인이기 때문이겠죠. 출입국관리소도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피부 색깔에 따라 외국인을 대하는 게 다릅니다. 유색인종에겐 시시콜콜히 캐묻고, 지나칠만큼 검색을 합니다. 백인들은 아주 쉽게 통과하지요. 그러니 당하는 사람은 얼마나 불쾌하겠습니까.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앞으론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태국인 관광객들이 들어오면 "태국 날씨는 어떠냐?", "즐거운 여행이 되길 빈다"며 웃으면서 말을 건네는 거예요. 그 분들이 돌아가서 한국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지 않겠어요? ▦사회자= 혹시 전시성이며 실적위주의 행사나 예산낭비의 요소는 없는지 재점검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당국의 행정위주 예산투자에 업계의 반응은 냉소적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조사장= 우리 공사에서 여행업계 등에 직접적으로 줄 수 있는 돈은 전혀 없습니다. 공사의 한 해 해외홍보비가 얼만줄 아십니까? 겨우 60억원이예요. 이 돈으론 미국 텔레비전 광고 1분도 내보내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 60억원을 전세계 홍보에 나눠 써야 하니 해외 홍보는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알 도리가 없어요. 정말 인력과 예산 없이는 제대로 일을 할수 없습니다. 특히 관광산업은 아이디어산업이므로 고급 인력이 필요합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아웃소싱을 해보라"고. 그런데 어디 외국인이나 전문가들이 무료로 일을 도와준답니까. 결국 공사가 돈으로 줄수 있는게 없다면, 정부의 타부처에서라도 다른 도움이라도 제공해줘야하는데 그런 지원이 없어요. 지방마다 비슷비슷한 축제를 나열식으로 펼치는 것도 낭비예요.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정부 부처는 부처대로 자기 예산만 움켜쥐고 중복투자를 거듭하는데도, 이를 종합하고 낭비적인 요소를 줄일수 있는 기관이 없습니다. 그래서 만든게 한국방문의 해 추진위원회이지만, 실제적인 권한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타 부처의 협조도 잘 안되는 상황입니다. ▦도위원장= 중앙과 지방 정부가 팀플레이를 해줘야합니다. 관광공사의 해외홍보관과 대기업의 해외지사 등도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관광의 중요성을 인식해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번 해보자"는 국민적 운동을 벌여야 우리 관광산업이 살아납니다. 때마침 남북관계의 해빙을 비롯해서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개최 등 한국 관광산업의 전기를 마련할수 있는 다시 없는 호기를 맞았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음으로써, 세계 10대뉴스에 오르는 등 우리나라에 대한 인지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만합니다. 이제 이 호기를 살리기 위해 우리 국민들이 실질적인 일을 해야 합니다. 스키관광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다보스라는 소도시는 지금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됐습니다. 그곳에서 경제포럼이 개최된 것이 계기였습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다보스 시민들이 경제포럼이라는 호기를 놓치지 않고,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친절로 무장하고 똘똘 뭉친 결과입니다. 올해 우리도 주변 환경의 호전을 잘 살려서 국민들은 친절로 무장하고, 정부 각 부처는 유기적인 팀플레이를 펼쳐서 성공적인 한국방문의 해가 끝나고 나서 외국인들로부터 "한국 여행이 참 편안해졌고, 사람들도 눈에 띄게 친절해졌더라"는 평가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자= 바쁘신 가운데도 오랫동안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담= 도영심ㆍ 한국방문의해 추진위원회 위원장 조홍규ㆍ 한국관광공사 사장 사회= 황원갑ㆍ 서울경제신문 문화레저팀 부장 정리=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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