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국책硏 연구환경

연구인력 대부분 비정규직 기술개발등 기초연구 소홀

박홍석 박사팀의 연구성과는 사막에서 핀 꽃에 비유된다. 열악한 연구환경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요구되는 연구사업을 진행하는 국책연구기관의 환경은 좋지 않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문제점은 ▦비정규직 연구원 ▦PBS(Project Base System) ▦기초연구에 대한 편견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박홍식 박사는 한 국가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정부와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에 의해 결정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박 박사가 토로한 최대의 난제는 연구인력에 대한 낮은 처우와 이로 인한 사기저하. 박 박사는 대부분의 연구인력이 비정규직이라는 점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과학기술 한국’은 공허한 메아리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국내에서 유일한 침팬지 게놈 연구팀인 그의 연구실 인력은 모두 17명. 이중 박 박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비정규직이다. 그는 “우리 연구실에서는 연구원들이 헌신적으로 일했지만 다른 곳은 그렇지 않다”며 “낮은 처우는 책임의식 결여를 낳고 이는 결국 연구실적의 질적 저하, 과학기술 예산의 성취도 하락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42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전체 연구원 7,801명 중 비정규직 연구원은 모두 2,395명으로 전체의 30.7%를 차지했다. 일부 연구소는 비정규직 연구원의 비율이 3분의2를 넘는 경우도 있다. 지난 3월 한국과학기술노동조합이 10개 출연 연구소의 비정규직 연구원 3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석ㆍ박사 과정이 월평균 75만~109만원, 석ㆍ박사 출신자가 157만~179만원을 각각 받았으며 전체 평균은 128만원에 불과했다. 연구소의 비정규직 문제는 PBS와 서로 연결돼 있다. PBS는 각 연구원의 성과급을 개인별로 수행한 연구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기본연구사업비는 전체의 30% 내외에 불과하다. 96년 도입된 PBS는 원래 공정경쟁을 통해 실력 있는 연구자를 양성하기 위한 제도로 출발했다. 하지만 지금은 연구원들이 눈앞의 실적에만 매달리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제도 아래서는 연구원이 자신이 수행할 프로젝트를 스스로 수주해야 한다. 영업능력이 없으면 연구조차 힘든 상황인 셈이다. 대덕단지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국책연구소는 산업기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게 주임무인데 이는 오랜 기간과 비용이 불가피하다”며 “연구비를 충당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수주와 수행을 위해 하루하루를 보내는 현 상황에서 장기적인 안목을 갖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귀국 후에 우리 사회가 선택과 집중이라는 이름으로 응용산업에만 몰두하고 상대적으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기초연구에 소홀한 데 충격을 받았다”며 “남의 지식을 언제까지나 빌려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 최수문기자 chsm@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