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한 포스코

동부제철 인수 메리트 없는데 눈치는 보이고
'인천공장' 국내업체는 관심없고 中서 눈독
"해외로 기술유출 우려" 등떠미는 형국 부담


"인수했을 때 별 메리트가 없는데 자꾸 포스코가 거론돼 곤란할 따름입니다."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업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난감한 모습이다. 동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매각하기로 했으나 국내 철강사들이 관심을 나타내지 않자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눈치만 보고 있다. 기존 계열사를 정리하고 있는 포스코 입장에서는 외부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방식이 이달 중에 결정된다. 동부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등 자구책 마련을 위해 인천공장을 팔기로 결정하고 동부특수강, 동부발전 당진지분 등과 패키지 매각을 검토했다.

당초 다른 자산들과 묶여 팔릴 것으로 보였으나 최근 동부하이텍이 개별매각하는 것으로 결정되는 등 매각 가능성은 양쪽 다 열려 있다. 동부그룹은 "채권단과 매각형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동부제철 인천공장만 따로 팔지, 다른 그룹 자산과 함께 매각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이달 중으로는 방식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냉연강판·아연도금강판·컬러강판 등을 주로 생산하며 강관제품도 만들고 있다. 일신제강이 전신으로 동부그룹이 지난 1980년대에 인수했으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800억원에 이르는 등 동부제철의 알짜자산으로 평가 받는다. 토지·건물·설비 등이 장부가액으로 7,000억원 가까이 되고 매각가격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절차는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업체의 인수 의지는 희박하다. 전우식 포스코 경영전략1실장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매각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판단하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인수 가능성을 유보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은 인수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강학서 현대제철 부사장은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고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 역시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국내 업체들과 달리 중국의 바오산철강은 일찌감치 동부제철 인천공장에 눈독을 들여왔다. 바오산철강은 국내에서 자동차용 강판을 가공해 한국GM에 납품하고 있으며 동부제철과는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 내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국내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며 인천공장 인수 의사도 적극적으로 밝혀왔다. 한시가 급한 동부그룹 입장에서도 굳이 해외업체라고 반대할 이유는 없다.

업계에서는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한 채 포스코의 눈치만 보고 있다. 중국 기업에 안방을 내줘서는 안 된다며 업계 맏형이자 대표기업인 포스코의 등을 떠미는 형국이다.

포스코는 외부의 이런 시선이 편하지 않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인수해도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글로벌 철강시장 경기가 침체돼 있어 있던 계열사도 정리하는 중이라 신규인수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새롭게 출범할 권오준 차기 회장 체제도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방침이어서 인수합병(M&A)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제 몸 챙기기도 부족한 상황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로부터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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