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전면적인 양적완화를 시사하면서 중앙은행들의 '돈 풀기' 2라운드가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 정책이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는 경고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천문학적 규모의 유동성을 풀었는데도 주요국의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데서 보듯 실물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은 채 구조개혁 지연, 거품 양산 등의 부작용만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글로벌 증시는 중국과 유럽발 호재에 환호했다. 미 뉴욕증시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3대 지수 모두 상승했다. 유럽 증시도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지수가 전날보다 2.1% 급증하는 등 일제히 올랐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이 201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년 만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0.40%포인트 '깜짝' 인하한 것이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이날 "물가 상승률을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높이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하겠다"며 조만간 국채 매입 등 전면적인 양적완화를 도입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일본은행(BOJ)이 지난달 말 연간 60조~70조엔 규모의 추가 자산매입 조치를 밝힌 지 3주도 안 돼 중국과 유럽이 통화완화 대열에 본격 합류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달러강세의 부작용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미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주요국의 재정정책 여력이 바닥난 가운데 중앙은행의 돈 풀기에만 의존하는 경기부양책이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과 일본의 경우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도 디플레이션 위기에 빠져 있다. 더구나 통화정책 정상화가 늦어질수록 후폭풍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막대한 유동성이 실물경제보다는 금융시장에 몰리면서 고위험 투자 급증 등 버블 붕괴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앙은행들의 비정상적인 통화완화 조치가 각국의 구조개혁을 지연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역시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최대 아킬레스건인 금융부실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특히 이들 주요국의 양적완화가 통화가치 절하를 겨냥하는 만큼 글로벌 경제가 환율전쟁에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중앙은행장들의 오류를 분석한 '금융의 제왕'의 저자 리아콰트 아메드는 "일본과 유럽은 각각 비효율적인 국내 경제와 취약한 은행 시스템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규모의 값싼 자금 투입으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데도 지나치게 중앙은행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