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2004 GOLF] (2)국내 프로골프계

국내 프로 골프계는 짙은 안개 속에 새해를 맞았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외화내빈` 소리를 떨쳐내기 위한 묘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지만 남녀 모두 극복하기 어려운 `아킬레스건`을 가졌기 때문에 선뜻 시원스러운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자 프로골프협회(KPGA)는 올 초 집행부 교체에 따른 대회 개최 등의 연속성 문제가, 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경우 선수들의 대거 해외 유출로 인한 스타 부재가 커다란 장벽으로 버티고 섰다. 여기에 불확실한 국내 경제 상황도 올 시즌을 바라보는 시야를 흐리게 하고 있다. 지난 연말 회원 투표를 통해 문홍식(54)씨를 새 회장으로 선출한 KPGA는 중흥이냐 퇴보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오는 14일 회장에 취임하는 문홍식 당선자는 6개월 이내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코리안 투어`를 창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 경기 침체 속에 개최될 대회 수에 시선이 집중된다. 4월22일 개막하는 호남오픈을 시작으로 12개의 정규 대회가 잡혀 있지만 이 가운데는 김승학 전 회장이 인맥으로 만들었던 대회가 상당수 포함돼 있어 그대로 개최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선수들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2부투어의 존속 여부, 전북 익산에 추진중인 전용 골프장 건설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전 회장의 비리 의혹이나 선거로 인해 어수선해진 협회와 투어의 분위기를 다잡고 스폰서 기업들에 대한 협회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을 지가 올 시즌 성패를 가름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만 보면 미국 진출의 꿈을 놓지 않은 강욱순, 그리고 일본에서 활약하게 된 양용은, 김형태 등의 공백이 눈에 띈다. 하지만 나상욱의 PGA투어 진출로 한껏 남자대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신용진, 최광수, 박남신, 최상호 등 중견 선수들과 오태근, 정준, 장익제, 박도규 등 젊은 세력의 대결은 흥미를 끌 전망이다. KLPGA는 박세리 이후 계속된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 따른 `간판선수 부재`가 최대 난제다. 올해도 국내 1인자 정일미와 `신데렐라` 안시현이 미국 LPGA투어로 진출했고 이선화와 임성아 등도 LPGA 2부투어에서 뛰느라 국내무대를 떠난다. 정규투어 조건부 시드권자와 2부투어 선수까지 20여명이 빠져나가면서 가뜩이나 불황인 기업은 변변한 `스타` 없는 대회에 거액을 쓸 수 없다며 대회 개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협회는 KLPGA 프로가 된 이후 2년간 미국이나 일본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부 규정을 마련했지만 일부의 반발을 사고 있기도 하다. 올 시즌 LPGA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과 한일대항전을 제외하고 13개 정규 대회가 예정돼 있지만 변동 가능성이 있다. 올해 여자프로골프는 절대 강자 없이 김주미, 전미정, 신현주, 배경은, 송보배, 윤지원, 김나리 등의 각축이 예상된다. 경기 침체까지 겹쳐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가운데 국내 남녀 프로골프계가 짙은 안개를 걷어내고 새로운 도약의 해를 만들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남문현기자 moon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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