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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김동수 수출입은행장
"일자리 창출·수출 中企금융지원 늘릴것"히든 챔피언 육성에 10년간 총20조원 투입녹색성장·원전등도 지원상시고용자 많이 늘리면 금리우대·여신한도 확대
대담=고진갑 금융부장 go@sed.co.kr
정리=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김동수 수출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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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수출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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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존의 중후장대한 산업 분야는 중국 등 개발도상국 업체들이 바짝 뒤따라온 상태입니다. 산업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금융지원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해 2월 취임한 후 기업현장을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는 김동수(55ㆍ사진) 수출입은행장은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성장동력'을 유난히 강조했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었던 대형 제조업 중심의 금융지원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고용창출,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비중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김 행장의 소신이다.
김 행장은 특히 "민간은행이 수행하기 힘든 히든챔피언 육성, 원전, 녹색성장사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경제가 새로운 먹을거리를 만들어내는 데 수출입은행이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행장을 만나 수출입은행의 일자리 창출 방안과 중소ㆍ중견기업 육성 플랜에 대해 들어봤다.
-수출입은행이 여신규모를 확대하면서 경기회복의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올해 여신지원 계획은 어떤지요.
▦고용창출 효과가 크고 정부가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원하고 있는 기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본방향으로 해서 사상 최대 규모인 총 60조원의 여신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는 지난 2009년보다 13% 증가한 것입니다.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물론 원전 등 녹색성장산업, 수출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전략적 지원도 대폭 늘릴 예정입니다. 또 문화 콘텐츠 등 한류확산을 통한 국가 브랜드 제고에도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원자재 관련 기업 인수합병(M&A), 광구매입 등 자원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금융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원 분야가 다양하군요.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공업ㆍ조선ㆍ건설 등 중후장대한 대기업 분야에 대한 지원이 집중됐지만 이제는 새로운 수익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중소기업 분야에도 눈을 돌려야 합니다. 금융지원에 대한 패러다임과 시각을 바꾸자는 것이죠. 중소기업 지원은 결국 우리나라 경제의 허리를 튼튼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네트워크 대출 등 우대지원 방침으로 올해 1ㆍ4분기 중소기업 지원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3조1,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는 복안으로 보입니다. 일자리 창출 계획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일자리 만들기는 수출입은행 금융지원의 최우선순위에 있습니다. 창립 이후 지난 34년 동안 여신심사에 있어 수출거래 내용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왔지만 올해부터는 '고용창출'을 중요한 항목으로 추가해 기업들을 심사하고 있습니다. 상시 고용자 수 증가율이 3% 이상으로 확인된 기업에는 최대 0.7%포인트 금리를 인하해주고 여신지원한도도 확대됩니다. 신용평가시 가산점도 부여하지요. 이 같은 플랜을 실행에 옮기면 올해 3,000명 이상의 신규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출입은행이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을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요.
▦오는 2019년까지 10년간 연평균 2조원씩, 총 20조원을 지원해 한국형 히든챔피언 300개사를 육성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큰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지요. 히든챔피언은 수출 1억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지속적인 세계시장 지배력을 갖춘 중소ㆍ중견기업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히든챔피언 300개사가 만들어지면 수출효과 480억달러, 일자리 창출 49만명, 국내총생산(GDP) 256억달러를 창출할 수 있게 됩니다. 기술력과 성장잠재력, 최고경영자(CEO) 역량, 재무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3월에 1차로 34개의 기업을 선정했으며 올해 전체로는 100개를 뽑을 계획입니다. 올해에만 1조원의 자금이 투입됩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견기업 종합육성대책과 연계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3월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중견기업 육성대책은 극소수 대기업 중심의 우리 산업구조를 개선시키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방안입니다. 히든챔피언 300개 육성계획도 이에 포함돼 있지요. 수출입은행은 정부대책과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을 연계시켜 세계적인 중견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수출입은행이 선정한 히든챔피언 기업은 앞으로 정부대책의 대상기업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가 원전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수출입은행의 역할도 점점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원전사업에는 장기ㆍ저리의 초대형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관련 국가의 수출신용기관과 글로벌 상업은행이 함께 금융 패키지를 구성하게 됩니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사업의 경우 초기단계부터 사업주인 한전과 발주자인 UAE 원자력전력공사(ENEC)가 수출입은행에 금융지원에 대해 협의해오고 있습니다. 이미 수출입은행은 사우디아라비아ㆍ요르단 등 6개국, 10개의 발전 프로젝트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총 21억달러를 지원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요.
-UAE 원전수주 지원현황과 앞으로 추진방향은 어떻게 됩니까.
▦일반적으로 원전이나 대형 발전 플랜트의 경우 수출국의 수출신용기관이 수주금액의 50%를 지원하기 때문에 UAE 원전사업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봅니다. 금융 패키지에는 원전건설 관련 특수목적회사(SPV)에 대한 직접대출, 대외채무보증, 출자자자금 지원 등과 함께 국내 납품업체에 대한 제작자금대출도 포함될 것입니다.
-경영환경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 조선사에 대한 우려가 높습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요.
▦중소 조선사는 국내 수주잔량의 24%, 전체 조선사 고용의 15%를 차지합니다. 조선산업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수출입은행은 중소 조선사에 대한 유동성 공급과 신규수주를 위한 선수금환급보증(RG)을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조선업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국내 상업은행이 RG 신규발급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국책은행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소 조선사에 대한 네트워크대출도 지난해 3조3,000억원에서 올해 4조원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또 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이나 워크아웃 대상기업에 대해서는 수출입은행이 독자적으로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채권금융기관과 공동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입니다.
-수출입은행 지원규모가 확대되면서 재원마련도 관건입니다. 올해 외화 조달계획은 어떻습니까.
▦약 80억달러의 외화차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공모규모는 40억~50억달러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로나 엔화시장에서도 공모채 발행을 추진하는 등 차입시장도 다변화할 것입니다. 수출입은행은 대한민국 대표 차입기관으로서 한국물 발행금리를 낮추는 데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3월 초에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한국 발행물 중 최저 수준인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149bp(1bp=0.01%포인트)로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를 발행하는 등 올해에는 차입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을 적극 기울일 것입니다. 다만 이미 가산금리가 여타 국가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점을 고려할 때 향후 한국물 가산금리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약력
▲1955년 충남 서천 ▲1974년 덕수상고 졸업 ▲1978년 22회 행정고시 합격 ▲1979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92년 한국국제협력단 개발협력부장 ▲1998년 재정경제원 소비자정책 과장 ▲2001년 국무조정실 규제개혁2심의관 ▲2005년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 ▲2006년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 ▲2008년 기획재정부 제1차관 ▲2009년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
직원 스스로 일하게 만드는 '德將'
김동수 행장은"누구에게든 배울점 있다"아이디어 진지하게 경청"문제 해결책은 현장에"주1회이상 기업 찾아
김동수 수출입은행장을 알고 있는 사람 가운데 대부분은 그를 '덕장(德將)'이라고 말한다. 김 행장도 이 표현을 무척 좋아한다. 언뜻 진부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임직원들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해 성과를 내게 하는 덕장의 미덕이 창의성이 중요시되는 우리 시대에 CEO가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김 행장은 임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어떤 내용이든 매우 진지하게 경청하고 실행을 북돋우는 스타일이다. 수출입은행 직원들은 김 행장이 중간에 말을 자르거나 감정이 격해져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김 행장은 "나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대방에게서 배울 점이 언제나 있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현장을 매우 중시한다. 그는 "문제의 해결책은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매주 1회 이상 기업을 찾아 다니며 기업인들의 애로사항, 건의내용을 듣고 여신지원정책에 반영하고 있는 것도 그의 현장중시 경영에서 비롯됐다. 그는 경영의 핵심이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방문한 기업이 45개 지역 66개에 달한다. 거리로 환산하면 1만3,000여Km. 서울∼부산을 30회 오르내린 것과 같다.
김 행장은 "공무원 생활을 할 때에는 책상에 앉아서 업무계획을 세우고 업무간 조정을 했었는데 CEO가 되고부터는 반사적으로 현장경영을 중시하게 됐다"며 "현장에서 문제점을 직접 봐야 최적의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수출입은행 본점 5층 은행장실에는 각종 보고서와 자료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김 행장은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각종 자료를 검토하고 회의를 하고 최종 의사결정을 내린다. 해외 출장에서 돌아와 새벽에 곧바로 사무실로 출근하는 일도 다반사다.
김 행장의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진인사대천명을 인생의 모토로 삼고 있다"며 "후회 없이 열심히 노력하고 그 결과는 하늘과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덕수상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22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기획재정부 경제협력국장, 정책홍보관리실장, 제1차관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서머셋 모음의 소설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의 열정을 무척 흠모했다. 그는 지금도 업무에 대한 열정이 있는 직원을 높이 평가한다. 자신도 마찬가지다. 그는 "열정이 있는 한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면서 "남은 생애를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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