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野반발 달래기 '깜짝회견'

민주 "野파괴 공작" 공세에 "탈당 요구한적 없다" 해명
폭넓은 인재활용 의지 밝혀 실용주의·사회통합 강조도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효석 민주당 의원의 교육부총리 인선 파동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갑자기 춘추관의 자료실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김효석 민주당 의원에 대한 교육부총리 입각 제의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민주당 등이 “야당파괴 공작이다”고 발끈해 있는 상황이었다. 노 대통령이 춘추관 자료실을 찾아 기자간담회를 가진 것은 자신이 “행정수도 이전문제에 대한 국민투표 여부는 국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한 지난해 6월18일 기자간담회 이후 7개월여 만의 일이다. 노 대통령이 김 의원 입각타진에 따른 파장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민주당과의 합당을 전제로 김 의원을 교육부총리에 천거한 것은 아니라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해명하면서도 앞으로의 인사원칙과 인사검증체계의 개편방향에 대한 언급도 많이 했다. 인사문제로 노 대통령이 얼마나 고심을 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합당 관여할 생각 없다”=노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교육부총리 입각 제의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간 합당으로 비쳐지는 것과 관련, “저는 (김 의원에게) 아무런 조건을 내걸지 않았고 요구를 한 일도 없으며 당적이탈이나 탈당, 그밖에 아무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들의 반응은 비판일색이었다. 당사자인 민주당은 이날 긴급 회의를 갖고 청와대를 맹성토했고 미국을 방문 중인 한화갑 전 대표도 노 대통령의 해명을 전해듣고 “합당이나 통합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민주당은 선명야당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고 거들었다. ◇“인재 널리 구해 쓰겠다”=노 대통령은 “노무현 사람들로 인사를 하면 그것은 코드인사가 되지 않나. 폭넓게 널리 인재를 구하라는 것이 사회의 일반적 요구인 것 같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참여정부의 인재풀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인재풀에 대해 관심을 한번 가져보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대한민국의 각계 인재들의 역량을 총제적으로 향상시키는 국가적 프로그램, 국가적 전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추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코드인사에서 벗어난 인사를 통해 실용주의 노선을 분명히 하고 사회 대통합과 화합을 이루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로 해석된다. ◇“인사검증 개선안 만들겠다”=노 대통령은 “이제 적어도 한국의 정무직이면 물색과정이나 타진과정이 다소 공개되더라도 감수하고 또 일정수준의 검증도 감수하는, 그런 어떤 위임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늦어도 올해 안에 인사검증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추천된 인사에 대해 본인의 승낙 없이 검증할 수 있는 부분과 승낙을 받고 검증하는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동시에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사람이 검증결과를 사실로서만 대통령에게 제공하고 판단은 대통령이 하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인사검증 담당자가 판단에 관한 의견까지 대통령에게 제공하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의 필요성도 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담당하고 있는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업무를 부패방지위원회에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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