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기업가들에게 박수를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

위대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그의 경제학 분석틀의 중심에 혁신기업가를 놓고 경제 발전을 기업가의 혁신활동의 결과로 설명했다. 혁신이란 관행의 궤도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를 통해 비연속적 발전을 가져오는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다. 슘페터의 ‘혁신기업가’는 직업이 아닌 직능 개념으로 기업가는 물론이고 관료와 노동자를 비롯한 혁신을 수행하는 사람을 모두 포함한다. 이러한 슘페터 이론의 대표적 실증사례가 바로 한국경제의 발전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은 불과 30여년 만에 258배나 증가했다. 부존자원도 기술도 없는 경제적 황무지에서 이러한 발전을 이룬 것은 바로 혁신기업가였다. 그간 우리는 모두 혁신기업가의 역할을 해왔다. 정부는 각종 제도와 인프라 공급을 통해 기업활동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국책은행을 통해 산업자금을 공급하는 은행가의 역할도 했고 제철소를 만들어 스스로 기업가역할도 수행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경제를 여기까지 이끌어온 일등공신은 바로 기업가들이다. 그들은 해변 모래밭 사진만 갖고 투자유치를 해 세계 굴지의 조선소를 만들었고 무모하리만큼 과감한 투자로 반도체 강국 신화를 일궜고 세계 최초로 CDMA 기술을 상용화했다. 자기 집까지 담보로 잡혀가며 새 기계를 들여오고 바이어를 찾아 세계 각지를 쫓아다니던 수많은 중소기업 사장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한국경제는 성장통을 겪고 있다. 일시적 경기침체가 아니라 선진국 진입을 위한 구조조정의 고통이다. 과거의 발전과정에서도 시련은 많았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하면 된다’는 도전정신으로 극복해왔다. 오일쇼크 당시 위기를 기회삼아 중동시장에 진출한 것이 그 예다. 우리는 세계적 석학 피터 드러커로부터 기업가정신이 가장 왕성한 나라라고 인정받은 바 있다. 이번 고비도 불굴의 투지로 혁신을 이뤄 극복할 것이다. 그런데 그 주체가 돼야 할 기업가들이 ‘반기업 정서’ 때문에 위축돼 있다고 한다. 반기업 정서는 기업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반기업 정서는 엄밀히 따지면 불법 상속이나 불법 정치헌금, 분식회계 등으로 인한 ‘반오너 정서’이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이 고양되려면 개혁을 통해 깨끗한 부자들이 칭찬받고 노력한 만큼 대접받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새해에는 기업가들이 반오너 정서에서 벗어나 신바람나게 일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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