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카르멘' 9년만에 예술의전당 무대 올라

14~17일 공연


관능적이면서 서정적인 아리아로 꾸며진 오페라 '카르멘'이 9년 만에 다시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오른다. '카르멘'은 가볍고 친숙한 분위기의 작품으로 어둡고 무거운 후기 베르디 작품들에 비해 훨씬 대중적이라는 평가다. 예술의전당에서는 지난 1998년 '오페라 페스티벌'의 한 레퍼토리로 제작해 첫 선을 보였다. '카르멘'은 주인공 설정과 주제의식에서 독특한 오페라로 손꼽힌다. 오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강렬한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 초연 당시 오페라 극장의 극장장은 관객들이 충격 받지 않도록 카르멘의 성격을 최대한 부드럽게 만들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귀족가문의 낭만적 이야기가 주류를 이뤘던 당시의 오페라계에 자유로운 연애와 생활을 꿈꾸는 집시여인을 주제로 했다는 점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참신한 소재와 혁신적 기법으로 만들어진 '카르멘'은 프랑스에서 3개월 동안 33회나 공연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볼거리는 우선 낯익은 음악들이다. 막이 오르면 시작되는 전주곡은 한 방송사 스포츠 프로그램에 시그널 송으로 사용될 정도로 친숙하다. 아리아 '하바네라'는 가수 박지윤이 히트곡 '달빛의 노래'에 샘플링하는 등 가요와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바 있다. 그 외에 '꽃 노래', '투우사의 노래' 등도 널리 알려진 곡으로 아름다운 선율과 이국적인 음악 색채가 특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주요 캐스팅도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 제작을 담당한 예술의 전당은 공연을 위해 지난 여름 독일에서 오디션을 개최했다. 카르멘역에 더블캐스팅된 메조소프라노 최승현, 에스카미오 역의 바리톤 신대희와 김지현 등은 정통 유럽 오페라의 느낌을 한층 더해줄 예정이다. 여기에 올 6월 국립오페라단의 '보체크' 공연에서 파격적인 캐릭터를 능숙히 소화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던 김선정이 카르멘 역할을 맡아 새로운 색깔을 선보인다. 지휘는 오페라 '투란도트' 등에서 지휘를 맡았던 이탈리아 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가 맡는다. '카르멘'은 집시여인 카르멘의 유혹에 빠져 그녀를 풀어준 근위병 돈 호세가 군대를 이탈하고 밀수업자의 길잡이 노릇을 하는 등 타락하는 과정을 그렸다. 자유로운 연애를 꿈꾸는 카르멘에게 다른 연인이 생기자 돈 호세는 그녀를 찔러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는다. 공연은 14~17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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