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41)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송강호’ 같은 존재였다. 2006년 ‘타짜’의 ‘아귀’ 역으로 단번에 존재를 각인 시키더니 지난해 ‘추격자’로 500만 관객을 동원해 주연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거북이 달린다’는 그런 그가 추격자 다음으로 선택한 작품이라 주목을 받았다. 뒤늦게, 그러나 힘차게 달리기를 하고 있는 배우 김윤석을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거북이 달린다’는 게으르고 무능력한 시골형사가 탈주범을 쫓는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추격자와의 비교를 피하기가 어렵다는 말에 김윤석은 고개를 흔들며 “타짜나 추격자가 7옥타브를 넘나드는 영화였다면 이건 도레미 3도 안에서 해결해요. 누워서도 볼 수 있을 만큼 편한 영화죠”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영화는 스릴러보다 코미디 드라마에 가깝다. 대출도 못 갚고, 뇌물 수수나 일삼는 형사 조필성(김윤석)이 탈주범에게 휘말려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그는 “조필성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딸과 함께할 때”라며 “실제로 딸과 함께 하는 장면은 진짜 제가 딸에게 대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부인에게 구박 받는 모습도 비슷하냐는 질문에 “아니죠. 제가 얼마나 능력 있는 남잔데”하고 웃어 넘긴다. 시골형사 역을 연기하기 위해 김윤석은 사소한 것에도 신경을 썼다. “뱃살을 좀 찌웠어요. 걸음도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처럼 걸었죠.”라고 말했다. 김윤석은 “동료들에게 매운탕을 엎으려다 자신의 머리 위에 붓는 장면이 가장 좋다”며 “남에게 해 끼치지 않으려는 게 바로 충청도 남자의 정서”라고 말했다. 그는 “멋있는 설정은 좀 닭살스럽다”며 “나는 이런 소시민적 역할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