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8월 7일] 온라인 콘텐츠 유통에 거는 기대

지난해 10월 영국을 대표하는 밴드인 ‘Radiohead’의 7집 앨범 전곡이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놀랍게도 새 앨범은 누구나 원하는 가격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공개돼 있었다. 콘서트 계획을 짜는 데 도움이 되는 신상정보를 제공하면 앨범 한 장을 공짜로 받을 수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노래들은 공개와 동시에 다른 곡의 평균 불법 다운로드 횟수를 상회하며 각종 파일공유 사이트를 떠돌았다. 그러나 두 달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가 시작된 이 앨범은 음반업계의 예상을 깨고 일주일 만에 10만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미국 빌보드차트와 유럽 각국 음반차트에서 1위를 휩쓸었다. 인터넷은 본래 ‘모든 정보는 공유돼야 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이를 왜곡해 지적노동의 산물인 소프트웨어나 음악ㆍ영화처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콘텐츠까지 공유해버렸다. 이에 정보기술(IT) 업계와 문화예술계는 휴대폰으로 구매한 음악파일을 MP3플레이어로 옮겨 듣지 못하게 하는 등 각종 보호장치를 만들어 불법복제에 맞서왔으나 역부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가 최근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 기존의 행보와는 달리 보다 적극적이고 파격적이다. 지난주 이동통신 3사는 음악서비스사이트의 저작권보호장치를 해제해 온라인으로 구입한 음악파일을 모든 디지털 기기에서 들을 수 있게 하는 ‘DRM 프리’ 정책을 발표했다. 또 포털사이트 ‘파란’을 운영하는 KTH는 19개 파일공유사이트와 연계해 유료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불법 다운로드와 저작권침해의 온상으로 지탄을 받아왔던 파일공유 프로그램(P2P)과 웹하드가 양지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디지털 콘텐츠의 자유로운 유통에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영국 음악저작권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발표하고 “파일공유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이를 신곡 홍보 등 수익으로 연계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도 이번 기회에 합법적 콘텐츠 구매를 불법 다운로드보다 더 쉽고 간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인터넷이 ‘불법복제가 판을 치는 복마전’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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