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와 유연탄 값이 연일 폭등하면서 경제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발전연료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발전회사도 경영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급기야 한국전력은 지난 1997년 경제위기에 준하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매년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한전은 올해 유가ㆍ유연탄 가격 상승에 따른 연료비가 1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돼 현재와 같은 고유가 추세가 지속될 경우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7일 한전과 석유공사에 따르면 6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은 전날보다 배럴당 2.94달러 뛴 96.14달러선에 가격이 형성되면서 최고가 경신 행진을 재개했다. 또 유연탄도 톤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급등했다. 유가와 유연탄 등 발전연료의 가격 급등으로 발전회사는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더구나 전기요금은 1982년 이후 5.2% 인상되는 데 그치면서 또 다른 경영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이날 전국사업소장 회의를 소집해 발전원가 상승에 따른 대책 마련과 앞으로 비상긴축경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두바이유가 100달러에 육박하고 유연탄 가격도 톤당 100달러를 돌파한 상황이 지속되는데다 원ㆍ달러 환율까지 오르는 등 원가부담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 경영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전력의 한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조건이 지속될 경우 한전이 부담할 발전원가는 1조원이 추가로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한전이 지난해 1조5,000억원 정도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지만 매년 당기순이익이 4,000억~5,000억원 정도 줄고 있는 마당에 1조원의 추가 비용이 더 들어갈 경우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한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화력발전을 중심으로 한 발전자회사의 경우 이미 적자로 돌아선 상태”라고 말했다. 비상대책회의를 통해 한전은 연초에 배부된 예산을 회수하는 등 강력한 예산절감(7,600억원)을 추진하고 해외사업 확대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로 했다. 이원걸 한전 사장은 “IMF 당시에 견줄 만큼 최근의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1ㆍ2단계에 걸쳐 8,000억원에 육박한 예산절감, 해외 매출액 추가 달성 등을 통해 경영위기를 극복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지난해 2,000억원 수준이던 해외 매출액을 올해는 5,000억원까지 끌어올리고 2015년에는 해외 매출액 3조8,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