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지구촌 경제에선 최근 폭락세를 보여온 엔화 가치 추이가 최대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지난 주말 뉴욕 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29.57엔을 기록, 130엔대 추락이 기정사실화됐다. 지난 금요일 발표된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가 12월중 예상치(86.0)를 크게 상회(88.8)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미국의 경기 조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다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BOJ)이 확장적 금융정책을 밀고 나갈 것으로 보여 이번 주에도 엔화 가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그 하락폭은 130~133엔대로 제한될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엔화 약세로는 복잡하게 얽힌 일본의 구조개혁과 경제회생에 별 도움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일본 정부내에서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2일 엔화가 달러에 대해 3년만에 최저수준을 떨어졌지만 엔화 가치 하락이 기업실적에는 제한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신문은 엔화 가치 급락으로 자동차 등 수출 지향 산업은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지만 미 경기 둔화와 자국내 디플레이션 때문에 전체적인 효과는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아르헨티나 사태는 엔화 가치 하락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디폴트 위기에까지 봉착했지만 그 재료가 이미 시장에 충분히반영돼 있으며 선진국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아르헨티나 위기가 중남미 전체로 번져갈 경우 엔화보다는 달러화 가치의 추락이 예상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의 뒷마당이 위험해지면 일본경제보다는 미국 경제에 직접적 타격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엔화 가치의 하락을 둘러싼 아시아 주변 국가들의 움직임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중국은 엔화 급락으로 수출시장에서 자국 상품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며 미국 정부가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해 줄 것을 꾸준히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2년 새해 벽두를 앞두고 엔화의 적정 가치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 정부 간의 정치적 대립도 점쳐지고 있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