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강세전환론 커진다

"금리인하로 美경기회복" 전망… 투자자들 달러자산 늘려
메릴린치 "80년이후 최악 소비침체"
내달 유로당 1.57弗로 하락 전망도


벤 버냉키 의장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한달동안 1.25%포인트이나 되는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함에 따라 지난 2년간의 달러 하락세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논리적으로 미국이 금리인하를 하면 금리차를 이용해 미국 자본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달러 약세가 강화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2003년 이래 처음으로 대출비용 증가 걱정에서 벗어나 성장전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달러가 바닥을 치고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일 블룸버그통신은 7년만의 가장 공격적인 FRB의 이번 금리인하 처방이 미국 경제에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면서 이런 주장을 전했다. 뉴욕 소재 오펜하이머펀드의 고정수입담당 매니저인 로버트 로비스는 "우리는 더 이상 달러 약세에 배팅하고 있지 않다"며 "FRB의 조치는 장기 경기침체 가능성을 감소시켰다. 올 하반기쯤에는 경기회복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비스는 이와 관련 자신의 포트폴리오에서 유로 표시 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달러쪽을 늘였다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선물트레이드들은 지난 1월29일 현재 달러약세에 대한 배팅 계약을 139억달러까지 줄였다. 지난해 11월은 323억달러였다. 달러화는 지난해 11월23일 장중 한때 유로당 1.4967달러로 사상 최고치(가치최저)를 기록한 이후 현재 1.1% 가량 절상된 상태다. 이와 관련 BNP파리바 은행은 올 연말까지 달러가 유로당 최대 1.36달러까지 절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UBS는 1.35달러를 예상했다. 이들 기관들의 중간치만 해도 올 연말에는 1.40달러, 내년말까지는 1.32달러가 된다. 달러의 가치는 앞서 몇해 동안 오르락내리락 했는 데 2007년과 2006년 각각 10.6%, 11.4% 절하됐으며 2005년에는 12.6% 절상된바 있다. 달러 강세를 점치는 것은 유럽사정과도 관련이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시달리는 유럽중앙은행(ECB)가 경기부양에 나설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ECB는 오는 7일 회의에서도 현재 4%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프리 위 UBS 스트래지스트는 "FRB의 공격적인 금리인하는 경기를 자극할 것"이라며 "ECB는 뒤쳐진 상태로, 이제 달러가 강세장을 취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는 올해 유로존 경제가 미국 경제성장률(1.9%)보다 낮은 1.6% 성장에 머물면서 달러화가 유로화 대비 8% 절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은행은 내년에도 미국은 2.6% 성장하는 반면 유럽은 1.9%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FRB의 금리인하로도 미국을 경기침체의 수렁에서 구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안다. 금리인하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미국 비농업 고용자수가 1만7,000명이나 줄어든 것이 이를 반증한다. 고용자수 감소는 지난 2003년 8월 이후 처음이다. 메릴린치의 북미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미국은 1980년 이후 최악의 소비자 경기침체로 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달러가 단기적으로 3월에 유로대비 1.57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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