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28일 러시아 방문] 정상회담서 어떤 내용 다룰까

자원·에너지 협력 강화등 성과 기대
북핵문제 해결위한 건설적 중재 역할 주문할듯
'모스크바州 전용공단' 등 12개 MOU도 체결


이명박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내용이 다뤄질까. 한ㆍ러 정상회담은 지난 7월 일본 도야코에서 열린 1차 회담에 이은 두번째 회담이다. 도야코회담이 간이회담의 성격이 짙다면 이번 회담은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고 양국 간 협력 방안 등을 모색하는 실질적인 본회담이라는 평가다. 두 정상은 우선 상호 우의 및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관계에 있어 정상 간의 신뢰가 중요한 만큼 현안 논의 못지않게 개인적 친분을 다지는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현안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양국 관계가 오랜 교류와 협력, 지리적 인접성 및 상호보완적 경제구조 등을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평가하면서 새로운 차원으로 한단계 격상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양국 정상이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맹자관계’를 전략적 단계로 발전시켜 정치와 외교ㆍ안보ㆍ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하는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회담의 의제 테이블에는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 경제 분야 협력 강화, 문화교류 확대, 지역 및 국제 무대에서의 협력 증진 방안 등이 총망라돼 있다. 북핵과 관련, 이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비핵ㆍ개방 3,000 구상’ ‘남북 간 전면적 대화’를 골자로 하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설명하면서 북핵 해결을 위한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핵 신고서 검증체계를 둘러싼 북ㆍ미 간 이견으로 북한이 핵시설 복구에 나서는 등 북핵 위기가 다시 고조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ㆍ중국 못지않게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외교 당국의 설명이다. 경제협력, 즉 극동시베리아 개발을 비롯한 자원ㆍ에너지 분야와 우주 개발 등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 강화도 중요한 의제다. 정부는 현재 신규 유망시장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진출 기반을 확대하고 대(對)러시아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사업, 러시아 가스관의 한반도 통과 등은 남북한 및 러시아 등 3각 협력사업의 진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어서 북핵 문제 해결과 맞물려 남북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문화교류 확대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1단계로 청소년 교류 및 교육ㆍ학술 협력을 강화하고 2단계로 오는 2010년 한ㆍ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각종 문화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양국 간 인적 교류를 늘려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해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이 대통령은 방러 중에 정상회담의 경제협력 방안을 구체화하는 ‘모스크바주 한국 기업 전용공단 설치’ 등 12개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아울러 우라늄 개발사업 협력, 산업기술 협력, 자동차 산학 협력 등 실질적인 협력사업들의 구체적인 방안들이 마련된다. 두 정상은 이와 함께 동북아 및 유엔 등 국제 무대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기후변화 등 범세계적 이슈에 대해서도 공동 대처하는 방안 등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이 ‘4강(强) 외교’ 1라운드를 마무리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청와대의 한 핵심참모는 “1차 회담은 시간이 짧고 탐색전의 성격이 짙어 현안에 대해서는 논의를 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회담이 사실상 의미 있는 첫 회담으로 이 대통령이 초반 4강 외교를 완성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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