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SK등 "미래사업 능력우선"구조조정형 CEO(최고경영자)가 새로운 경영자상(像)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쟁의 심화에 따라 한계 사업 정리, 미래사업 진출 등의 처리 능력 등이 중요한 CEO 리더십으로 자리잡고 있는 반면 '하면 된다'는 식의 불도저형은 설자리를 잃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삼성, LG, SK 등이 CEO 평가 기준으로 각 계열사의 구조조정 현황을 점검하는 EVA(미래적 수익가치)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삼성 은 연말 주가 수준 30%, EVA 70%로 평가, 사장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의 계열사 사장들도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대거 전진 배치됐다. 배종열 삼성물산 사장, 김순택 삼성SDI 사장,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 고홍식 삼성종합화학 사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배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상시 구조조정체제에 돌입, 올 3,2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고 내년 3월까지 흩어져있던 상사ㆍ주택ㆍ유통ㆍ건설 부문을 분당 사옥으로 이전시키는 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SDI사장은 지난해 초 취임 이후 기존의 브라운관(CRT) 외에 전계발광소자(유기EL),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2차 전지 등 4대 제품을 미래 전략사업으로 키우기로 했다.
또 김 중공업 사장은 2년간 그룹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사업부별로 흩어져 있던 영업조직을 한 곳으로 통합했으며. '흑자전환의 귀재'로 불리는 고 종합화학 사장도 조직을 재편하는 등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구조조정 전문가를 중용하기는 LG도 마찬가지다. 김정만 LG산전 사장은 엘리베이터 사업부문 매각, LG캐피털 보유주식 매각 등 과감한 의사결정으로 구조조정을 이끌고 있으며 박운서 데이콤 부회장, 권문구 LG전선 부회장 등도 LG의 대표적인 '구조조정 전문가'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 SK는 올해부터 일종의 '사장단 고가표'인 KPI(핵심실행지수)를 내부적으로 산정, 연말 인사에 100% 반영할 계획이다. SK는 올해초 기존 사업의 운영 효율화와 통합, 핵심역량 확보 등을 담은 중장기 발전전략인 '태스크 2000'을 발표, 이의 진행 성과에 사장단 및 임원의 유임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위해 순혈주의를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효성은 이영서 섬유1PG장을 ㈜대우에서 수혈, 월드베스트 상품인 스판덱스의 해외 영업력 강화와 터키ㆍ중남미 지역 등 글로벌 판매망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우차도 이종대 기아차 회장을 새로운 회장으로 영입, 부도이후 1,000여명을 정리해고 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CEO인사가 그동안의 공적이 크게 작용했으나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더욱 큰 비중을 두는 추세"라며 "이 같은 점을 감안할 경우 구조조정형 CEO가 앞으로 더욱 급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진갑기자
최형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