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美 사상 최악의 총기사고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사고를 내고 자살한 용의자가 한국 교포학생으로 드러나면서 미국은 물론 한국ㆍ교민사회가 엄청난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애도성명을 냈고 22일 일몰시까지 조기를 게양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노무현 대통령이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교민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사태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일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되고 200만명에 이르는 미국 교민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벌써부터 미국 교민사회와 유학생, 미국에 자녀를 유학 보낸 학부모들은 반한(反韓)감정이 고조될 경우 당할 피해를 염려하고 있다. 현지교민들은 15년 전 로스앤젤레스 폭동의 상처를 거의 수습하고 재미 교민사회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려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터져 어렵사리 구축한 신뢰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고가 난 버지니아공대는 물론 미국 현지 유학생들의 불안도 크다. 반한감정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학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대학생이나 중ㆍ고등학생 자녀를 둔 한인들은 신체적 보복이나 차별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인학생회는 한국 학생의 안전을 위한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미 수사당국의 조사 결과 이번 사건은 일단 용의자와 여자친구 간의 치정문제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어디까지나 한인 학생 개인의 우발적인 범죄로 봐야 한다. 민족분쟁 등등을 운운하면서 너무 감정적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차분하고 냉정하게 이번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당연히 한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어서는 안 된다. 양국 정부는 협조를 강화해 이번 사태를 신속히 마무리함으로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무르익고 있는 우호적인 분위기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비자면제 협정에도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내부의 통찰과 자성도 필요하다. 자녀의 성공만을 위해 이민을 가거나 유학을 보내는 교육방식이 옳은지, 이민 후 미국사회의 일원으로 동화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이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