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부동산시장] “싸게 팔자니 폭락 조장” “보유하자니 부담”

“5ㆍ23, 9ㆍ5대책 발표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입니다. 9ㆍ5조치 때만 하더라도 사 놓으면 2~3달 지난 후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은 하락 폭이 얼마냐에 대한 문의만 이어집니다.” 재건축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구, 송파구, 강동구 일대 분위기다. 특히 3주택 이상 가지고 있는 가구주는 물량을 떨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 향후 나올 대책이 `다주택 소유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대책 발표 이전에 물량을 떨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은 좀처럼 매수세가 없다.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서라도 주택 가격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 앞에 투자매수는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다. 기자에게 전화 문의를 한 3주택 보유자 A모씨는 “2주전에만 팔았더라도 이런 고민은 없었을 것”이라며 “중개업소에 물건을 내놓아도 큰 기대는 말라는 게 중개사의 답변이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가격을 대폭 낮춰 내놓을 수는 없다는 하소연을 한다. 급매물로 가격을 낮출 경우 자칫 폭락장세가 연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매물, 빠르게 증가= 매물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스피드뱅크가 서울지역 중개업소 6,570곳을 대상으로 집계한 매매물건은 총 16만1,330개. 이는 지난 주 15만8,664개보다 1.68%가 늘었다. 특히 강남구의 경우 한 주간 300개가 넘는 신규매물이 등록됐다. 또 가격상승을 견인했던 서초구, 양천구도 매물 증가율이 2.49%, 3.17%로 높았다. 9월 가격 상승으로 거둬 들였던 매물을 다시 내놓으면서 개포 주공의 경우 매물이 두 배 이상 늘었다. 고층단지 23평형 20개, 25평형 15개, 31평형 10개 정도가 매물로 나온 상황이다. 매물은 투자용으로 매입한 소형평형이 주를 이루고 있다. 5억원에 내놓았던 23평형은 2,000만원을 낮춰 다시 매물로 내 놓고 있지만 매수세는 없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저층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8억3,000만원까지 뛰었던 1단지 17평형은 7억7,000만원까지 가격을 낮춰 매물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개포동 부동산114 공인 정명진 사장은 “고층보다는 투자용의 저층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특히 2~3채 이상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가장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수, 투표 전까지는 없다= 매수세 실종은 두달 이상은 간다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주택가격을 잡기위해 토지공개념까지 도입할 수 있다는 방침을 천명한 만큼 12월15일 이전까지는 강력한 정책을 모두 내 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주택가격은 가장 확실한 정책적 성과로 나타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정부도 이번에는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시장에 팽배 돼 있다. 때문에 중개업소에서도 재신임 투표 전까지는 투자를 자제하라는 조언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계약을 철회하는 분위기도 나오고 있다. 가격 하락폭이 커질 경우 가계약금을 포기하는 게 더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양상은 지난 9월말~10월 초 계약을 했던 투자자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다주택보유자들은 가격을 대폭 낮추는 급매물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자칫 가격을 낮춰 매물을 내 놓을 경우 더 큰 가격 폭락장세가 연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치동 S공인은 “다주택자 중과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10월 말에 나오는 만큼 매수자들은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며 “때문에 다주택자들은 가격을 낮춘 급매물을 내놓을 수도, 그렇다고 주택을 보유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철균기자,이혜진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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